2009/10/06 17:27 : 무지개, 24분지 1의 꿈

라퓨타로 가기 위해서는 바람부는 날, 차를 몰고 남해로 가는 것이 좋습니다. 사천에서 연육교를 넘어 달리다 보면 비가 옵니다. 하지만 너무 슬퍼마십시요. 그대는 미조포구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을 넘고 있을테니까요. 상주를 지나면 비가 그치고, 하늘과 바다가 소실점 속으로 사라질 즈음, 노을을 바라보고 있는 당신을 발견할 것이며, 혼자라면 몹시 외로울 지도 모릅니다. 이제 그만 차를 세우십시요. 거기가 가천, 바다로 부터 층층이 다랭이 논을 쌓아 숨가쁘게 높은 언덕, 그 위에 그대는 서 있을 것이고, 지는 저녁 위로 구름이 한 점 두둥실 떠 있을 겁니다. 거기가 바로 라퓨타입니다.

그렇다고 라퓨타로 달려갈 생각은 마십시요. 우리는 지상에 뿌리를 내린 한낱 인간이니까요.

아니면 걸리버처럼 먼바다로 나가 표류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소인국과 거인국을 지나 날아다니는 섬들의 나라에 도착할 수도 있습니다.


1. 날아가는 것과 떠다니는 것

반중력(Antigravity)은 우주의 팽창과 관련한 힘을 규명하던 두 천문학자 집단에 의하여 1998년 발견되고 그 힘이 측정된다. 반중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과학자들은 각종 가설을 바탕으로 실험을 통하여 드디어 2312년에 반중력 장치를 개발했다. 본격 상용화(2363년)된 이후인 2374년 반중력 장치에 공급되던 전원장치의 고장으로 반중력이 사라져 N.노보스란 사람이 최초로 추락사한 사건이 발생한다.

중력은 질량이 있는 모든 물체 사이의 만유인력이 작용하는데, 특히 지구가 물체를 잡아다니는 힘이며, 약간 사기쳐서 지구는 나를 64Kg(질량)으로 잡아당긴다. 다른 사람들에게 작용하는 중력의 단위는 9.8N(중력가속도)인데, 내 몸무게가 64Kg이라는 것은 9.8N에 약간 못미친다는 뜻이다.(실제 내 몸무게는 70Kg을 조금 넘고 있다. 아주 쬐끔! ^.~)

반중력을 발생시키는 이론은 중력가속도 9.8N을 제로화하거나, 마이너스 중력 가속도로 만드는 것이다.

▷ 정상중력일 경우 : 64Kg X 9.8N = 627KgN 으로 10m 높이라면 다리가 부러지기에 충분하다.
▷ 제로일 경우 : 64Kg X 0N = 0KgN으로 전혀 무게가 없어 떨어지거나 올라갈 수 없다.
▷ 마이너스일 경우 : 64Kg X-9.8N =-627KgN 으로 추락하는 속도로 하늘로 날아간다.

굳이 날아갈 필요는 없으니까, 반중력장치란 0KgN을 만드는 장치를 뜻한다. 질량을 제로화하든지, 중력가속도를 제로화하면 된다는 이론 상 무지하게 간단한 장치다.

하지만 <천공의 성 라퓨타>는 날아가는 것, 비행선에서 시작한다. 자신의 목걸이를 빼앗긴 시타는 비밀조사기관원인 무스카의 뒷통수를 병으로 냅다치고 목걸이를 빼앗아 도망치던 중, 비행선에서 추락한다.

구름 저 아래로 추락하던 시타는 목걸이의 힘으로 서서히 지상으로 내려앉고 마침내 미래소년 코난과 같이 머리가 딱딱한 파즈의 팔 안에 내려앉는다.

시타의 목걸이는 바로 비행석, 중력가속도를 현저히 낮춰주는 물질이다. 그래서 추락(땅에 몸무게X9.8으로 부딪히는 것)하지 않고, 시타는 깃털처럼 지상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2. 비행석

시타의 목걸이 매달린 비행석은 아마도 멸망한 라퓨타의 핸드폰 쯤 되는 모양이다. 중력가속도를 조정하며, 위치를 추적하고, 거신병(로보트)를 조정한다. 게다가 주문을 인식하는 만큼, 음성인식장치까지 부착된 꽤나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다.

이 비행석을 빼앗기 위하여 하늘의 해적(敵)인 도라 아줌마와 그의 자식들이 시타와 파즈의 뒤를 쫓고, 군의 사단병력이 투입되며, 그 뒤에 비밀기관원 무스카가 도사리고 있다.

결국 무스카의 사주를 받는 군대에 의하여 비행석을 빼앗긴 시타와 파즈는 도라 일당의 비행선을 타고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라퓨타를 향해 덜거덕 찌꺼덕 날아간다.


3. 천공의 성 라퓨타

비행선에 달린 글라이더에 올라 폭풍을 맞이한 시타와 파즈가 날아가 떨어진 곳은 다행히 라퓨타였다.

라퓨타는 뛰어난 문명의 구조물 위에 자연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공원과 같은 모습이지만, 그 곳을 채웠던 사람들과 소리들은 사라지고 적막 만 메아리치는 처절하리만치 쓸쓸한 곳이었다. 그 곳에도 꽃은 피고 새들은 운다.

사람들이 사라진 텅빈 정원에 거신병(로보트) 하나가 나타나 새의 둥지와 알을 보호하며 꽃을 바라보는 모습은 허무하기 그지 없어서 외롭다.

한 문명의 멸망이 참혹하지 않고, 그토록 아름답고 외롭다는 것은 슬프다. 그래서 거신병이 홀로 그 육중한 몸체를 이끌고 텅빈 정원을 걸어가는 뒷 모습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4. 또 다른 멸망

시타는 멸망한 라퓨타의 왕족의 후예였다. 어렸을 적에 옛날 옛적에 라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비행석과 라퓨타의 운명을 다루는 각종 주문을 배웠다.

군대의 비행선이 도착하고, 그 또한 라퓨타의 후예인 무스카는 비행석을 갖고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을 얻기 위하여 라퓨타의 중심으로 들어간다.

시타는 무스카가 라퓨타를 다룰 힘을 얻는다면, 라퓨타의 멸망보다 더한 참혹한 시간이 미구에 인류에게 닥칠 것을 예감하고 할머니에게 배웠던 멸망의 주문을 외친다.

주문과 함께 라퓨타의 모든 구조물은 산산히 흐트러져 붕괴되어 추락하기 시작한다. 그와 함께 군인들도 무스카도, 모두 저 밑 바다와 지상을 향하여 먼지처럼 떨어져 내린다.

단지 뿌리에 또 다른 비행석을 간직한 천년 이상 높히 자란 나무는 하늘을 향하여 높히 날아간다.  


5. 후기

시타와 파즈, 그리고 로라 아줌마 일당은 살아서 모터바이크에 파리날개를 단 것 같은 날것을 타고 지상을 향해서 웃으며 날아간다.

하지만 이 애니메이션을 보면, 전편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에 이어 왠지 모를 슬픔이 저며온다.

미야자키 하야오에게 슬픔이 없다면, 어떻게 라퓨타의 고독과 슬픔을 표현할 수 있다는 걸까?

Lafuta/Movie














20091006

 참고> 천공의 성 라퓨타(の城ラピュタ)

          개봉 : 1986년 작, 한국에서는 2004. 4.30일에 개봉
          각본, 감독 : 미야자키 하야오(宮崎 駿)
          제작 : 스튜디오 지브리 최초의 제작 작품
          배경 : 알 수 없는 시절의 광산촌 슬랙과 하늘
          인물 : 시타, 파즈, 무스카, 도라 아줌마 등

참고> 天空の城ラピュタ

2009/10/06 17:27에 旅인...face
2009/10/06 17:27 2009/10/0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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