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실의 식물

LOMO LC-A+ FUJI ISO 100

매일 저 쪽 변두리에서 시내를 지나 이쪽 변두리로 출근을 했다가 퇴근을 한다. 아무런 필연성은 없지만, 그것이 나의 생활이다. 출근과 퇴근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로 나는 밥을 빌어먹는다.

일들의 사이 사이에 흡연실로 들어가 금붕어가 물을 빨아들이고 아가미로 산소를 걸러내는 촛점없는 불투명한 시선으로 창 밖을 보며, 담배를 피운다, 마치 금붕어에게 필요한 산소라도 되는 냥.

지난 겨울, 흡연실의 창 가에 저 식물을 누군가 올려놨다. 화분이라 할 수도 없는 유리수반 위에 꽂혀진 식물(풀이라고 할까?)은 독랄한 담배연기를 마시고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을 불식시키고, 기어이 살아서 7월을 맞이한다.

죽어야 할 것들이 태어나고 살아있다는 것, 그리고 풋풋하다는 것은 그 자체 만으로도 아름답다. 하지만, 변두리에서 변두리로 아무런 필연성없이 오락가락하는 봉급생활자에게 여름은 매번 무덥고, 공허한 햇빛을 뿌리고 지나가는 것이다.

20090722

This Post Has 4 Comments

  1. 사진 좋네요. ^^ 구도가 참 좋습니다.
    금연실에서도 기어이 살아남는 저 식물과 이 도시 속에서 기어이 살아남는 우리가 무엇이 다를까요.
    전혀 공허하지 않아요. 우리도 매번 태어나고 살아있어요. 우리도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습니다. 🙂

    1. 여인

      저 식물의 잎을 보면 늘 여리고 그 잎새 사이로 스며드는 빛에는 늘 생명력이 오글거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수면같은 의식으로 저 앞에서 담배연기를 뿜다가 사는 것을 조금씩 배웁니다.

      …매번 태어나고 살아있다는 것보다, 그냥 여태까지의 자신으로 둔감하게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서정적…님의 말씀이 새롭습니다.

  2. 클리티에

    개운죽이군요. 집 안에서 기르면 행운을 불러온다 하더라구요.

    음, 그리고 공기정화하는 건 개운죽 보단, 잎이 넓은 식물이 잘 해요.
    스파티필름이 벤젠 포름알데히드 같은 유해물질 흡수능력이 젤 좋다더라구요. 🙂

    1. 旅인

      이름이 좋네요. 집에다 가져놓고 기르고 싶다는 생각이 늘 드는 식물입니다. 늘 짙은 녹색을 보면 강인하고 푸릇한 생명력으로 충일하다는 느낌만으로도 뿌듯합니다.

      그것이 나무에 비해서 수명이 짧은(사람 나이와 비슷하게 산다고 하더군요) 대나무가 한정된 시간동안 사는 힘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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