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20090804 06:00 PM

낡은 시간을 널어 논 오후 6시. 하늘의 서편으로 몰려가는 양떼구름. 빛이 침묵을 만드는 공허한 시간들 속으로 몰려드는 저녁을, 나는 느릿한 몸짓으로 바라본다. 언제부터 저녁이 다가오는 일몰을, 그리고 노을을 사랑하게 되었을까?

하늘을 바라보는 방식 때문이 아닐까? 한낮의 태양이 폭력을 내려 놓고, 식어가는 대지의 냄새가 피어오르는 그 시간들 속에서 잊혀져가던 생활이 가로등을 켜는, 그 시간이야말로 미치도록 사람들의 삶의 비린내, 김치찌개를 끓이고, 저녁이 뜸 드는 냄새가 가슴께에 서성이면, 마침내 관대한 눈길로 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 그것 아닐까?

알 수 없다, 이 세상의 매혹을… 그리고 미친 듯한 세상의 열광을… 그리고 세상에 널려있는 그 불가해한 고통들의 깊이와 넓이를…

세상을 걸러낼 한마디 말조차 찾지 못한 채, 또 하루를 나는 보낸다.

20090804

This Post Has 2 Comments

  1. 클리티에

    여름이면,
    활기차고,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좀 더 자유로와지는 느낌이에요.
    특히 여름밤의 그 시원함과 매미소리 아득히 그리워지는 시골의 풍경..
    밤이 되면 바람이 좋고, 술마시기도 좋은 그런 계절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저는 일몰을 보고 있으면 왠지 슬프더라구요.
    다른 나라에서 보았던 일몰이 생각나기도 하고,
    어두워진 길을 뚫고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있어서..

  2. 旅인

    다른 나라에서 보았던 일몰은 지평선 위로 소복히 내리던 노을이 아니었나요? 그런 날 광장에 서서 건물들의 윤곽을 까맣게 지우며 오는 저녁은 정말 슬플 것 같습니다.

    클라티에님도 세상의 여러 곳을 다니신 모양이네요. 먼 세상의 이야기를 해주십시요.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