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28 11:25 : 그리고 낯선 어느 곳에

남종으로 가자면 저 남쪽 강으로 가서 돛을 내린 배를 타야 한다. 남한강은 충주로 와서 북서행한다. 남한강이 끝나는 여울이 남종(南終)이란다. 종여울이라 부른다고 두물머리를 지나 북한강이 끝나는 지점에 있는 수종사(水鐘寺)의 종소리와 연결지을 수는 없다.

팔당호의 저 편 호안을 보면 날이 맑아도, 비가 와도 슬프긴 마찬가지다. 건너야 할 것 같고, 풍경은 손에 닿을 듯 한데 강의 흐름은 먹먹하게 차오를 뿐이다.

이제 두물머리에서 더 이상 강은 합하지 않는다. 흘러가야 하는 강은 그냥 팔당호에 잠기고 물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 곳이 여울의 끝, 이 곳 남종이다.

강의 북안, 젊은 다산이 한양으로 가기 위하여 배를 탔던 나루는 이미 팔당호가 삼켜버렸을 터이다. 마재에 있는 여유당은 물안개 너머로 보이지 않는다.

슬프다는 것은, 산이 물을 건너지 못하고 강의 저편에서 서성이는 탓이 아니라, 남종에서 팔당호를 따라 차를 달려 귀여리를 지나 수청리에 이르면 남한강의 흐름이 보이기 시작한다. 하상이 낮아지는지 간헐적으로 모래톱 위로 짙은 나무가지가 보인다. 풍경은 한가하여 오히려 낯설기까지 하다.

좁은 노변에 차를 세우고 강을 내려다 보면, 막연하게 가슴에 차오르는 것이 있다.

그것은 사랑이라는 밑도 끝도 없는 감정을 최초로 감지했던 어느 날, 북한강에 걸쳐진 어느 다리 위에서, 침묵이 느닷없이 던져주었던 장대한 화음 속으로 나는 침몰하고 있었다. 세상은 더욱 모호해지고,나의 가슴 속에 차오르던 단일한 감정이 사랑인지조차 몰라서 그냥 그녀를 안으면 그냥 울 것 같았다.

다리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강은 오전의 햇살을 받아 명멸하고 있었고 동쪽의 강의 끝자락은 짙은 산맥의 그림자 속에 지워져 갔다.

이후 강의 북안에서 남쪽을 바라보기 보다, 북쪽을 바라보기를 좋아했던 것 같다.

운심리에서 우회전, 집으로 가기 위하여 퇴촌으로 방향을 잡는다.

집으로 돌아가도 식구들은 휴일의 아침 잠에 빠져 있을 것이고, 나는 또 무료하고 끈적거리는 시간을 보내기 위하여 리모컨을 손에 든 채 하루를 보낼 것이다.

20091028에 쓰다.

2009/10/28 11:25에 旅인...face
2009/10/28 11:25 2009/10/2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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