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0090908

하루를 쉰다. 할 일은 없다. 아침 다섯시에 깨어났다. 화장실을 갔다 온 후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다섯시 반. 하늘에 서서히 붉은 빛이 감돌기 시작한다. 뒷베란다로 나가니 새벽의 빛이 아파트의 벽을 점차 물들이기 시작한다. 밤이 깊어도 온갖 곳을 밝히던 불빛들이 대부분 꺼지고, 동이 터오는 그 시간이야말로 최초처럼 빛이 조용한 때이다.

벌레들이 밤을 갉아먹는 소리들이, 이슬처럼 가라앉는 그 시간임에도 고단한 잠에서 깨어난 어느 창에는 불이 켜지고. 그 위로 가을 새벽의 빛이 포개진다.

이런 시간에 내 가슴 속에 차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아무 것도 아니자 모든 것. 이른 새벽에 깨어나 세상의 깨어남을 바라보는 그 시간에 어떤 풍경 속에 내 자신이 가라앉아 있는 지는 차마 알 수 없다.

This Post Has 2 Comments

  1. 위소보루

    오늘 쉬셨나보네요 ^^ 화요일에 쉬는건 일상적이지 않은데 뭐 어느 날이건 주중에 하루를 쉰다면 그것만으로도 즐거운 일 아니겠습니까 헷

    전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고 해도 항상 6시이기에 붉은 빛이 감도는 그런 아침은 해가 좀 더 짧아져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계절이 다가오면 조금이나마 여인님처럼 오감으로 아침을 맞이할 수 있을까요 ^^;

    1. 여인

      저도 보통 때는 6시 15분 기상입니다. 오늘은 쉰다 생각하니 더 일찍 일어나게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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