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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두둑거리며 내리던 비가 지붕을 타고 내리는 소리, 대밭에 가라앉는 물소리, 이제 굵어진 빗줄기에 바람소리마저 사라지고 울음소리처럼 가슴으로 넘쳐 드는 소리. 눈을 떴다. 현이 울리듯 빗소리는 가슴에서 넘쳐 축축한 그리움으로 바뀌었다. 날이라도 밝으면 이리도 외롭지 않을 것을...

까뮈의 詩를 읽는다. 시는 아닐 터이지만, "모르인의 집"을 詩로 읽는다. 글을 한동안 읽었으나, 머리 속은 우울 이외에 아무런 앙금도 남지 않았음을 알고 다시 앞의 페이지로 돌아간다. 그래! 기억이 나. 모르인의 집은 태양이 강렬한 만큼 그늘은 깊고 서늘하지. 그래서 그늘 속에서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눈빛 밖에 마주치지 못한다는 것, 태양이 더 큰 어둠을 만든다는 것 외에는 기억할 수가 없다.

책을 놓았다. 그는 빛의 반대편에 서 있었던 거야. 그래서 찾을 수 없었어. 눈을 감고 그의 체취, 혹은 짙은 눈빛 만을 더듬으며 그의 음성에 내 손을 올려 놓을 수 있을 때, 이름도, 잔영마저도 사라지고 그리움이라든가 더 이상의 사랑의 밀어가 뿌리를 드리우지 못할 때, 그는 불사조처럼 살아나는 거야. 그렇지?

비가 그치면 연못으로 갈 거야. 습기를 머금은 풀. 개구리의 낮고 서늘한 울음소리를 들으며, 도랑을 지나고 산이 있는 곳으로 가서 개울에 발을 담글 거야. 차디찬 느낌을 가슴 깊이 빨아올려 여름의 소리와 온 누리에 가득한 축복들로 엮어 작은 노래로 감쌀 거야. 내 님의 노래, 그래서 다시금 쓰여질 수 없고, 다시금 불려 질 수 없는 그런 순간의 찬가를 조용히 부를 거야.

이제 떠나야겠다, 여름은 갔으니. 그윽한 삶을 향유하겠다는 사치한 바램에 지쳐버렸다. 그냥 널브러져 있는 생활 속에 깃든 진실을 맞이할 수 없다면, 차라리 타락하거나 누추한 허물을 저주할 터이다. 가난한 발로 풍요한 땅에 부어지는 소박한 음률과 처연한 싯귀를 들으며 시절을 벗어 이미 추운 속살로 불타오르는 나무와 지친 벌레의 숨결과 따스한 양광을 맞이하며, 버스를 타고 떠날 테야. 거리에는 낙엽이 무의미하게 떨어지고 매사가 추위에 매달리는 이 계절의 깊숙한 곳으로 때론 걸어서, 어느 때는 찻집에서 쉬며... 그리고 말 할 거야.

사랑한다고......

2006/07/27 11:30에 旅인...face
2006/07/27 11:30 2006/07/2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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