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29 12:02 : 무너진 도서관에서

耳鑑

서예나 회화작품을 수장하는 사람들은 대개 허망한 명성을 얻고자 하는 자가 많다. 종요나 왕희지, 혹은 고개지나 육탐미의 작품이 있다는 소리를 들으면 다투어 찾아가 그것을 구입하고자 한다. 이것이 바로 사람들이 말하는 이감(耳鑑)이라는 것이다. <몽계필담 17권 서화>

이감(耳鑑)은 귀로 감상하다라는 뜻이지만, 음악과 같은 것이 아닌 주로 서화와 같이 눈으로 감상하는 것에 주로 적용된다. 우리말로 한다면 입소문이라고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귀로 들을 수 없는 것을 귀로 감상한다?

이 터무니없는 것의 힘은 막강하다.

'행복한 눈물'은 마이크 세코스키의 만화를 로이 리히텐슈타인이 그대로 옮겨그린 1964년작 팝 아트이다. 2002년 11월13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삼성의 큰 마님 홍라희 여사께서 716만달러(당시 86.5억원)에 이 그림을 낙찰받는다.

사람들은 이감을 잘하기 위하여 계량화하는 방식을 택하기도 하는데, 희소성의 원칙, 작가의 명성, 그리고 갖가지 터무니없는 비평을 갖다 붙이고, 다른 작품과의 호당 가격 차이를 논한다.

하지만 작품이 주는 감동과는 무관하다.

즉 기의(감동)가 없는 기표(돈)에 불과한 것에 우리는 빠져드는 것이다.

이 이감은 최근에 들어서는 영화와 같은 것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되어, 영화가 주는 감동이 관객을 이끌기보다 관객수가 또 다시 관객을 부르고 천만관객 어쩌고 저쩌고 하는 효과를 낳는 것이다.

거지화가 고호와 부자화가 피카소를 가르는 차이점은, 예술성이라기 보다 단지 대인관계의 차이라고 누군가는 말한다.

2009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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