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기 20100527

1.

월말로 다가간다. 월말이 되면 늘 긴장을 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팀원들이 눈치껏 요령 껏 잘해서 매월 간신히 넘어가고, 나는 마감회식날을 잡고 소줏잔을 기울이며 “그래 한달동안 수고했다.”고 한다.

오늘은 아들의 논산훈련소 퇴소식 날이다. 내일 녀석은 따블백을 매고 의정부로 간다. 거기에서 삼주를 보내고 나면(삼주 훈련 끝에 가족상봉의 기회도 있다고 한다) 카츄샤 자대배치를 받고 주말이면 집에 나타날 것이다.

2.

데이지 봉봉님의 블로그에 갔다가 링크에 김규항의 블로그가 있어 가서 김규항 씨의 글을 읽었다.

그의 글을 읽다보니 나는 정말로 나란 사람이 궁금해진다.

아내는 간혹 나보고 교만하다고 한다. 그것에 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왜냐하면 교만마저 없다면 나는 정체성에 혼란을 겪을 지도 모른다. 교만을 다 벗겨내고 나면 자신의 공허함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나를 교만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최근에 홍세화씨나, 진중권씨의 글을 몇번 대했는데, 김규항씨의 글은 처음이다.

그의 글은 차분하고 생활이 깃들어 있으면서도 힘이 있는 것 같다.

3.

올해는 봄이 춥고 일기가 불순했던 탓이었던지 햇빛에 대한 갈증이 없던 나도, 해가 밝고 공기가 맑으면 창 가에서 빛에 감싸인 도시의 풍경을 탐욕하게 된다.

This Post Has 10 Comments

  1. 흰돌고래

    저는 김규항씨의 강연 동영상을 본 적이 있어요 ~
    멋진 아저씨에요 ㅎㅎㅎ
    이 분이 ‘예수전’이란 책도 쓰셨다던데,
    언제 꼭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1. 旅인

      이 시대가 정말 좋은 시대로 변해간다는 것은, 제가 젊었을 때 학교강의라든가 어느 강연회, 그리고 책을 보면서 기억하고 싶다거나 이 말은 정말 좋다라는 느낌을 받은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외국 학자의 책들도 검열이라는 과정 때문에 다 그렇고 그런 것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80년대로 들어오면서, 해금이 되면서 나와 다른 생각, 사회에 대한 비판들을 접하면서 이 세상에는 참으로 뛰어나고도 냉철한 시선을 지닌 사람들이 많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저는 경탄하는 눈으로 그들의 글을 읽고 있습니다.

  2. 마가진

    어딜가나 걱정하시는 마음이야 같으시겠지만 그래도 카츄사라면 괜찮은 곳이겠네요.^^;;

    우리나라도 영국처럼 햇빛이 귀해지는 날이 오거나
    아님, 사람들이 햇빛을 찾을 만큼 주위에 ‘그늘’이 드리워지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1. 旅인

      올해의 날씨는 몸으로 느낄 정도로 춥고 햇볕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지구온난화의 부작용이 지구 전체를 몸살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1. 旅인

      한번 단편적인 글보다 책을 사서 읽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매력적인 글입니다.

  3. 위소보루

    역시 뭐랄까, 회계팀을 제외한 다른 영업팀의 실무진들은 월말에 그다지 압박을 느끼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역시 윗분들이 힘드시죠 ^^; 저흰 계약을 하건 월말이 지나건 그런 회식은 잘 하지 않아서 좋기도 하면서도 아쉽기도 하더라구요

    빛에 감싸인 도시의 풍경을 탐하게 된다는 말이 무척 와닿습니다. 요새 빛에 의해 도시가 변하는 모습이 그렇게 궁금하고 좋고 설렙니다.

    1. 旅인

      햇살은 쨍쨍 내리쬐는데, 하늘은 뿌연 날들이 제일 짜증나는 날씨인 것 같습니다.

      어는 회사나 할 것없이 점차 회식이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회사는 경비절감 차원에서 직원들은 개인적인 시간 차원에서 다 꺼려하는 상황이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간혹 한번씩은 해야하는 필요악이 회식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4. 선수

    저는 그 단이라는 아가씨 얘기가 너무 재밌더라구요~하핫
    김규항씨 글을 읽으며 생각했던 것이 엉뚱하게도 내용보다도 쉬운글. 바른글. 뚜렷한 글. 이끌리는글. 에 대한 좋은 느낌을 받았던것 같아요

    1. 旅인

      김규항은 폴리티컬 컴퍼스에 보면 극단적인 자유주의 좌파라고 나오네요. B급 좌파라는 책을 읽지 않아서 단정할 수는 없지만 PD(People Democratic)계열인 것 같은데, 그의 사고가 몹시 상식적이고 건전하며 온건하다는 것이 마음에 듭니다. 예전에는 PD계열이라면 사회불순세력으로 그냥 몰아부친 적이 있는데 말입니다.
      단인가 딸내미를 통해서 김규항씨의 사회에 대한 시야는 더 넓어지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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