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6/03 15:09 : 무지개, 24분지 1의 꿈
AngelHeart

호러영화의 한쪽 구석을 장식하는 오컬트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엑소시스트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이 영화들은 이제는 전혀 오컬트적이지 않고, 지저분하고 피가 흥건한 값싼 호러영화로 회귀한다. 게다가 최근에는 SF적이기 까지 하다. 그러다 보니 드라큘라를 비롯한 각종 뱀파이어들이 귀여워 보이고, 종말의 음울한 풍경은 환상적이다.

오컬트영화 중에 명작이라고 추천하고 싶은 영화가 있다면, 엔젤하트 단 한편 뿐이며, 그 이외는 킬링타임용으로 보는 것이 훨씬 좋다.

부두교(Voodoo)는 흑마술로 유명한 종교다. 이 종교는 서아프리카의 보둔(vodun: 영혼 또는 정령)을 믿던 신앙의 형태가 흑인노예와 함께 서인도제도로 유입되어 기독교의 광신적인 신비주의와 결합되면서 아이티와 미국의 남동부 특히 루이지애나를 중심으로 교세를 확장한다. 현재 신도가 6천만명에 달한다고 하며, 서아프리카의 보둔 즉 부두교와 친족관계를 갖는 종교는 브라질의 캉동블레, 쿠바의 산테리아, 자메이카의 오베아이슨, 트리니다드의 샹고의식, 아이티의 보두가 있다.

엔젤하트는 이 부두교를 사악한 종교로 보고 전개되는 편협한 종교관에 입각한 영화다. 이런 편협함에도 불구하고 영화적인 스토리 텔링은 몹시도 복잡하고 긴장감이 넘치며 딥 포커싱이 가져다 주는 뛰어난 영상미를 고루 갖춘 영화이다.

지금은 흉악한 몰골로 변해버렸지만, 미키 루크가 갓 세수한 것 같은 말끔한 얼굴로 나오고, 그냥 앉아만 있어도 마성이 넘쳐나는 로버트 드니로의 연기 또한 압권이다.


해리 엔젤(미키 루크 분)은 자신이 스스로 말하길 조그만 사건이나 해결할 수 있는 삼류 사립탐정이다. 1955년 어느 날 루이스 사이퍼(로버트 드니로 분)라는 사람으로부터 1943년 실종된 쟈니 페이버릿을 찾아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쟈니는 2차대전 중 부상을 입어 병원에 입원해 있던 중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망한 것이 아니라 어느 날 누군가에 의해 병원에서 빼돌려진 것을 확인한다. 엔젤은 쟈니의 행로를 추적해가면서 엄청난 사건들에 직면하게 된다.

뉴욕에서 쟈니를 빼돌린 의사가 총격으로 사망하고, 쟈니와 관련된 사람을 찾기 위하여 루이지애나로 내려간 엔젤은, 부두교도들에게 린치를 당하거나 약제상에서 부두의식에 쓰이는 약제들 보거나 은밀히 부두교의 의식을 훔쳐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추적한 사람들이 차례대로 살해되고 만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성기가 잘리고 잘린 성기로 목구멍이 틀어막어 질식사 한 흑인가수, 심장이 도려내진 채로 죽은 점술사, 자신과 정사를 가진 소녀 에피파니 또한 복부가 난자당하여 살해당함에 따라  루이지애나의 강력계 형사는 그를 일련의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그를 주목하기도 한다.

이러던 중 쟈니 페이버릿이 악마에게 영혼을 판 호운간(Houngan: 부두교 사제)이라는 사실과, 그가 실종되기 전인 1943년에 그가 2차 대전 중 고국으로 휴가를 나온 어느 젊은 병사를 유인하여 그의 심장을 꺼내 먹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부두교의 사제가 다른 사람의 심장을 꺼내먹는다는 행위는 자신의 영혼을 심장이 먹힌 다른 사람의 육신에 깃들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엔젤은 쟈니 페이버릿은 죽은 것이 아니라 영혼이 젊은 병사 속에서 살아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 병사의 군번(인식표)이 심장이 도려내져 죽은 점술사 마가렛 크루즈마크의 방 안의 어느 병 속에 보관되어 있는 것을 안다. 엔젤은 마가렛의 방에 잠입하여 병을 깨고 그 젊은 병사의 인식표를 보게 된다.

그 인식표에는 엔젤 자신의 이름 "Harry Angel"이 쓰여 있다.

엔젤은 진실을 마주하고 혼돈된 마음으로 루이스 사이퍼를 만나러 간다.

그리고 루이스 사이퍼란 바로 루시퍼, 쟈니 페이버릿이 영혼을 판 악마이자, 그동안 쟈니 피에버릿의 사악한 영혼이 깃든 자기 즉 엔젤의 심장을 찾고 있었다는 것을 안다.

뿐만 아니라, '해리성 기억상실'*解離性 記憶想失症(Dissociative Amnesia) : 해리(dissociatvie)란 자기자신, 시간, 주위환경에 대한 연속적인 의식이 단절되는 현상을 말한다. 해리 현상은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정상적인 경험(예: 책에 몰두하여 주변을 완전히 잊는 것, 최면 상태, 종교적 황홀경 등)으로부터 심한 부적응상태로 초래하는 병리적 해리장애까지 광범위한 연속적인 심리적 현상이다. 해리는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적 경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으며 진화론적으로 적응적 가치가 있는 기능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리 현상이 지나치거나 부적응적인 양상으로 나타날 경우를 해리장애라고 한다. 이러한 자신을 잃어버리는 과정에서 새로운 인격이 대체되기도 하는데, 이것이 바로 다중인격이다. 속에서 자신 속에 깃든 쟈니가 자신이 만났던 사람들을 그동안 하나씩 살해해 왔다는 것과 자신과 동침을 한 에피파니는 쟈니의 딸로서 결국 근친상간을 범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는 절규한다.


이 영화는 인간 속에 깃든 온갖 악마적인 요소를 다양한 복선 속에 용해시켜놓았기 때문에, 한번 보고서 그 줄거리를 잡아내기 어렵지만, 여하튼 완성도 높은 오컬트의 명작을 만들어 냈다.

습지와 먼지가 폴폴 나는 마른 땅, 빗물이 떨어지는 모텔에 카메라를 맞춘 영화는 습기차고 무덥기가 한량없는 루이지애나의 풍경을 느끼게 하는 등, 사실적인 효과면에서도 탁월하다.

여기에서 다시 부두교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얼마전에 지진이 나서 쑥대밭이 된 아이티는 공식적으로는 850만 국민 중 80%가 천주교이며, 16%가 개신교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인구의 80%가 기독교의 탈을 쓴 부두교를 믿는다고 한다.

부두교는 어찌되었던 지구 상에 있는 종교 중 가장 추잡한 형태를 띄고 있다. 이 종교는 두려움과 이성이 자리할 수 없는 문맹과 처절한 가난 속에 자라나는 종교다. 합리적인 사고가 자리할 수 없는 문맹과 생존 조건을 밑도는 가난 속에 사는 기층민중의 두려움을 파고 갖가지 협잡과 네다바이로 자라나는 것이 바로 부두교다.

아이티는 서인도 제도의 불란서령으로 흑인노예의 봉기로 독립한 최초의 나라다. 1791년 봉기한 후, 스페인, 영국, 불란서를 격파하고 1804년 흑인공화국을 수립한다. 1820년 국토를 통일하고 1840년에는 자메이카까지 병합하는 등 판도를 넓혀갔다.

하지만 19세기말부터 20세기 초까지 내분에 휘말리면서 미국의 독점자본이 아이티에 진출하고 내분을 구실로 미국이 1915년에서 34년까지 군사점령을 한다. 그동안 독재정권은 지속되고 시민들의 총파업에 따라 무너진 독재정권 위로 더 강포한 독재자 뒤발리에가 1957년 집권한다. 그가 죽자 아들 장 클로드 뒤발리에가 정권을 계승한다, 이 기간동안 뒤발리에 부자는 자신의 독재체제를 강고히 유지하기 위하여, 인텔리계층이 있으면 독재를 유지에 애로가 있을 것으로 보고 교육시스템을 파괴하고 타락한 정치와 부패를 이어갔다. 30년이 지난 1986년 뒤발리에가 축출되기는 하지만, 가난과 문맹을 바탕으로 정치적인 파행과 무능 그리고 부패는 이어져 전세계 최빈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난과 공포정치 속에서 부두교는 더욱 맹렬한 기세로 민중 속으로 스며들었고, 여기에 지진이 이 땅을 덮치고 더욱 피폐케하고 있다.

20100613

참고> Angel Heart

2010/06/03 15:09에 旅인...face
2010/06/03 15:09 2010/06/0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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