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자;타자

定義의 배후에는 배제가 있다. 미셸 푸코에 따르면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배제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지식체계다. 지식의 주요 기능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대상에 관해 뭔가를 가르쳐주거나 정보를 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한 대상과 다른 대상의 차이를 규정하고 서로를 구분하는데 있다. 이를 위해 지식은 대상에 관한 정의를 내리며, 그 정의가 가져오는 구분은 필연적으로 배제를 낳는다.

동일자에 의해 배제된 타자는 숨겨져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역사는 동일자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서술된다.

문헌과 자료는 지식의 산물이므로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배제되고 누락되는 것이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푸코는 고고학적 방법을 제안한다. 동일자의 역사에서 타자는 연속적인 역사를 이루지 못하고 무의식처럼 묻혀있으며 흔적으로만 남게 된다. 역사학이 공식적으로 전해지는 문헌과 과거를 복원한다면 고고학은 이미 버려진 유적과 유물에서 과거를 캐묻는 학문이다.

타자의 목소리를 복원하는 일은 단순히 역사의 뒤안길을 더듬는 데 불과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동일자의 목소리로 일관되어온 현실의 역사에 엄중한 경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개념어사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