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6/15 16:08 : 벌레먹은 하루
S100613008

일요일 저녁에 찍은 사진이다. 해가 더 낮아져 하늘이 더욱 붉어진 때를 찍고 싶지만, 아파트와 건물들로 둘러싸인 이 곳 서울의 동쪽은 노을이 가라앉는 서쪽과 너무 멀다.

때로 내가 사는 세상은 왜 대지와 하늘과 바람, 숲과 강, 산, 바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뒤덮는 빛으로 이루어졌는지 궁금하다.

산다는 것은 그 속에서 숨쉰다는 것이겠지만, 저렇게 아름다운 것들이 무차별적으로 제공된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하루가 저물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어느 처마 밑으로 새어나오는 저녁밥이 뜸드는 겸허한 냄새를 맞이하면 기도처럼 느껴진다.

여름이다. 창문을 열어놓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오후의 소리를 듣고 싶다. 아니면 찹싸알떡 사요~ 메밀무욱 하는 밤골목의 소리라도... 하지만 거리에는 아이들이 사라졌고, 남아있는 아이들은 더 이상 뛰놀지 않는다.

금요일 저녁, 작은외삼촌이 갑자기 돌아가셨다. 토요일 하루종일 비가 내렸고 어머니와 아버지를 모시고 장례식장으로 갔다. 어머니는 동생의 죽음 앞에서 오열하셨다. 어머니를 모시고 함께 식사를 하는데, 이모께서 부산에서 오셨고, 암으로 투병 중인 중간 외삼촌이 오셨다. 두분을 보고 어머니를 보자, 갑자기 쓸쓸해졌다. 재작년 오빠를 보내고, 어제는 막내남동생을 보냈고 또 다른 남동생마저 암으로 투병 중이란 사실 앞에서, 어머니의 가슴 한구석이 서서히 허물어져 내리고 있다는 생각에 잠시 서러웠다.

장례식장 안에서 바라본 어른들은 어린 시절 내 앞에서 그토록 건장하고 당당하셨건만, 세월에 하얗게 바랜 모습이었고, 나와 나이가 비슷한 사촌들의 얼굴 또한 한쪽 구석이 바래가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한국 그리스전을 보았다. 산 사람은 죽은 사람을 떠나보내고 또 그렇게 사는 모양이다. 가슴이 터지도록 뛰는 선수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일요일 오후는 하늘이 맑고 드높았다.

20100615

2010/06/15 16:08에 旅인...face
2010/06/15 16:08 2010/06/15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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