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6/29 17:46 : 벌레먹은 하루

1. 아들면회

지난 토요일 자대배치를 받은 아들을 면회하러 갔다. 남들은 산넘고 물건너 자식을 만나러 가는데, 잘난 아들인지 재수좋은 아들인지 몰라도 우리는 서울의 저쪽 끝 변두리에서 서울의 한복판 미8군 용산기지로 갔다. 아들 덕분에 용산기지 구경 한번 한 셈이다.

위병소에서 아들을 만나는 것으로 생각했으나, 정문에서 주민등록증(한국의 운전면허증은 한미간의 어쩌구 저쩌구 때문에 ID로써의 효력이 없단다)과 차량등록증 및 자동차 보험증서를 제시(기지 내의 교통사고 발생 시 문제점의 예방차원인 것 같음)하고 출입카드를 발급받은 후, 차를 몰고 정문을 통과하여 용산기지로 들어갔다.

용산기지의 외부는 한국의 전경이 지키고, 출입카드는 카츄사병이 발급하고, 게이트는 미 8군에 고용된 한국인들이 군복을 입고 지키고 있다. 미군들은 뭐하는 것일까?

한번 들어온 김에 기지 구경이나 하고 가라고 한다. 담벼락 만 보아왔던터라 그렇게 넓을 줄은 몰랐다. 92만평(3,046천㎡)의 기지 내에는 사령부와 막사와 외에 고급장교들의 사택과 숙소들, 그리고 호텔과 대학, 초중고교, 병원과 쇼핑몰, 도서관 등이 있다. 기지의 남단에서 본 남산은 까마득하게 멀고, 기지의 북단에서 본 남산은 바로 지척이니 넓긴 넓은 모양이다.

영내의 분위기는 병기와 군기로 날선 우리의 군부대와 달리 한가한 미국의 소읍과 같다. 기지를 둘러싼 담너머로 보이는 높은 빌딩과 남산이 여기도 우리나라, 그것도 서울의 안이며, 담벼락 하나로 미국과 한국이 갈리고, 이들과 우리의 삶의 환경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신병인 아들은 우리를 끌고 선임병의 눈에 뜨지 않게 자신의 숙소로 들어섰다. 숙소는 1인실로 침대와 책상, 그리고 낡은 장롱이 몇개 놓여 있었다. 선임병이 들고가서 TV는 없다고 한다.

독방을 쓰기 때문에 내무생활은 없겠지만, 근무시간이 끝난 저녁이면 무료할 것 같다. 그래서 일과시간 이후 귀가시간까지 카츄사병들은 이태원 등지에서 빈둥댄다는 것을 이해할 것도 같다.

아들은 일과 후에 책이나 읽겠다고 하지만, 책과 담을 쌓았던 녀석이 책을 읽는다는 것도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아들이 부탁한 옷가지와 침대보와 이불 등을 전달해주고, 기지 내에 있는 일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2. 네트워크 하드

아무래도 내가 내 발등을 찍었다. 아들 면회를 갔다 온 후, 그동안 쓰지 않고 갖고 만 있던 도메인을 DNSever의 네임서버에 연결하고 네트워크 하드의 IP를 부여하여 고유의 도메인으로 네트워크 하드에 접속할 수 있게 하였고, 애플에서 제공하는 iweb을 이용하여 간단한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집에서 잘되던 접속이 월요일 회사에서 접속을 시도하자, 도메인으로는 불통, 공유기에서 부여하는 도메인 xxx.iptime.org로만 접속이 된다. 집으로 돌아가 공유기(iptime)를 손보다 보니 점점 더 미궁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급기야 오늘은 네트워크 하드의 ip를 자동설정으로 바꾸면 접속이 될까 바꾸다 보니 공유기에 할당한 고정 ip와 연결이 안되어 완전 불통이다.

집에 가서 공유기의 ip를 조정하기 위하여 퇴근시간을 기다리는 중이다.

0과 1로 꽉 들어찬 인터넷과 네트워크 세상을 이해한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 네임서버(Name Server)에서 ip(internet protocol address : 211.172.252.12 등)를 도메인(yeeryu.com)등과 연결하는 도메인이름서비스(DNS : Domain Name Service)를 한다고 한다. 내가 yeeryu.com을 치면 멀리 떨어져 있는 네임서버가 어떻게 알아서 ip 211.172.252.12로 치환하고 티스토리의 웹서버로 가서 나의 포스트를 골라내고 이웃들의 댓글들을 모니터에 비춰주는지 알 수 없다.

회사에서 네트워크 하드에 부여한 도메인을 치면 어떻게 데이콤의 광랜을 타고 들어가 우리집에 있는 공유기에 접속하고 공유기에서 다시 네트워크 하드 속으로 기어들어가 자료들을 꺼내보이고 음악파일들을 돌리는 것인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신의 영역에 있는 것만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며, 이 일들은 0과 1의 이진법에 의해서 차곡차곡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하지만 네트워크 하드를 사고 난 후, 나는 내가 내 발등을 찍었다는 생각과 함께 매일 네트워크 하드와 씨름하는 일이 재미있기도 하다.

3. 동생의 귀국

동생이 한국으로 발령이 났다. 십몇년 만의 귀국이다. 토요일 가족들과 함께 들어왔지만, 큰 조카는 9월이면 캘리포니아의 대학에 입학이고, 둘째와 제수씨는 당분간 상해에 남아있을 계획이다. 동생은 집이 마련될 때까지 당분간 본가에서 지낼 터이지만, 조카들이 걱정이다.

십몇년동안 조카들이 외국에서 살았다는 일은, 이 땅에서 그만큼 살기 어렵게 하는 일임에 틀림없다. 이 땅의 생활은 그만큼 보편적이지 못하고 특수하며 고달픈 것임에 틀림없다.

2010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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