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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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건물의 창 가에서 내다보는 지금은 주차장에 나란히 선 승용차의 앞 유리에 오후 햇볕이 조용하게 녹아내리는 시간이다.

2

어제 보고서를 하나 만들면서, 내가 쓴 글을 읽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나는 한 줄마다 읽고 다시 고쳤고, 고친 것을 또 다시 고쳤다.

3

삶에 무게란 것이 있을까? 삶은 무게없이 흘러가는 것이겠지만, 문제는 앙금이 남는다는 것이고 그것을 이른바 삶의 무게라고 할 것이다. 뛰어난 사람들의 삶의 무게가 육중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살지 못한 사람들의 삶의 무게가 천근이고 만근이리라.

언제쯤 나의 삶은 깃털처럼 가벼울 수 있을까?

부처님께서 걷는 길에는 그의 발자취가 남지 않았다고 한다.

4

겸손이란 나에게 주어지지 않은 덕성인 것 같다. 겸손의 조건은 겸손 이전에 겸손해야 할 이유다. 하지만 겸손해야 할 이유가 없다. 자리가 높은 것도 아니고, 뛰어난 학식을 지니지 못했고, 부유하지도 않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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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자유란…
과연 무엇일까?

20100706

This Post Has 12 Comments

  1. 마가진

    좋은 추억으로 가득한 사람은 지금의 시간 뿐 아니라 과거의 시간까지 너무 가벼워 날아가버릴까 조바심내는 사람이겠지요.
    저는 조금씩 제 삶의 무게를 덜어낼려고 노력중입니다.^^;;

    1. 旅인

      마가진님도 마음이 가난해지시길 빕니다. 저도 마음이 가난해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 흰돌고래

    아아.. 겸손. 겸손하다는 것은 뭔가 우월한 것이 있을 때나 가능한것이란 생각은 처음 들어요. 어엇….

    기분이 좋아서 훨훨 날아가는 발걸음이었던 적이 딱 한번 있었던 것 같아요. 어릴적엔 더 많았겠지만요. 히히. 그런데 걸음 걸이 자체가 가벼운 사람도 딱 한번 봤어요. 신기했어요.

    1. 旅인

      저는 오만 불손하지는 않지만, 교만하기 때문에 겸손하고 싶은데 잘 안되는 이유는 너무 헛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어제 불현듯 들었습니다.

      흰돌고래님처럼 자신의 삶을 가꿔가려고 부단하게 노력하고 생활의 가치를 발견해나가는 사람들은 세상과 늘 화해하고 소통하기 때문에 특별히 겸손하여고 노력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날아가는 발걸음으로 세상 위를 소요하시길 바랍니다.

  3. Hoya

    겸손..은 미덕이죠.. 이를 갖춘 사람에게는 박수와 경의를 표하면 될것이고..
    갖추지않았다고 비난받을 이유는 전혀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는 겸손을 갖출만큼의 가진 것이 없는지라..;

    1. 旅인

      겸손이란 저같은 범인이 갖춰야 할 덕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주역에는 지산겸으로 낮은 땅 밑에 산과 같은 높은 것이 있는 것을 뜻하는 데, 단사에 보면

      “겸(謙: 자신을 낮추다, 덜다, 삼가하다)은 형통하다. 하늘의 길은 아래를 가지런히 함으로써 밝고 뚜렷하며, 땅의 길은 낮아서 위로 향한다. 하늘의 도는 꽉찬 것을 헐어 겸(낮은 것)을 더하고, 땅의 도는 꽉찬 것이 변하여 겸(낮은 것)이 면면히 흐르게 한다. 귀신은 꽉찬 것을 해치되, 겸(삼가하는 것)에게 복을 준다. 사람의 심리는 꽉찬 것을 미워하되, 겸(낮은 것, 공손한 것)을 좋아한다. 겸손은 높아 밝게 빛나면서도 낮아서 감히 넘을 수 없으니, 군자가 가는 것의 끝이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덕이 높고 존귀한 사람(군자)의 길인가 싶습니다.

  4. 나이를 먹어갈수록 느껴지는것이 삶의 무게 같아요. 엊그제는 토이 6집 노래 중에 제목은 잘 기억이 안나는데 가사가 그대 무거운 짐 내게 다 내려놓고 쉬라는, 그런 가사였거든요. 그 노래 나오는데 괜히 울컥하더라구요.
    삶의 무게가 느껴질때 휴식을 위해 잠시 그 짐을 내려 놓는것도 좋은 방법인것 같아요.

    1. 旅인

      클리티에님은 아직은 바람처럼 그에 날리는 꽃씨처럼 가볍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늘 카페의 옅은 그늘과 카페향이 깃든 그런 것, 그 무중력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5. 삶의 무게와 겸손..이라는 것에 대해 조용히 생각해봅니다..

    1. 旅인

      겸손은 참으로 어려운 것 같습니다. 헛된 교만을 내려놓은 이후에나 가능할 것 같습니다.

  6. Highdeth

    ‘삶의 무게’의 한 단면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단순하고, 일상적이고, 쉬운 이야기지만 지금 겪고 있는 문제를 관통하는 무엇, 그 무엇이 ‘삶의 무게’의 한 단면이라 느낀 적이 있습니다. 느끼기만 했을 뿐 스스로가 그 무엇을 행하지 못함을 느끼면서 제 삶의 무게는 진공관처럼 공허하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아니면 무거워서 숨조차도 쉬지 못하고 있는 지경일지도 모릅니다.

    1. 旅인

      산다는 것은 사는 이유가 없기 때문에 삶의 무게니 공허들을 생각하게 되나 봅니다.
      명백한 이유가 있다면, 그를 쫓겠지만 없으니 어리석은 마음으로 생을 돌파해나가는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이유없는 세상을 적수공권과 우울과 고독으로 무소의 뿔처럼 나아가는 그 모두가 영웅인 것 같습니다.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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