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13 17:46 : 벌레먹은 하루

1.

아내가 살아갈 날들이 까마득하고 무섭다며 잠을 잃었다. 아내의 손을 잡아주었어야 하나 세상의 적적함이 노을처럼 가슴에 번졌고 어깨가 무거웠다.

세상이 적적하다는 것을 왜 우리는 모르고 살아왔을까?

아내의 자는 모습을 보면 새벽은 육중하고 침침했고, 이 가을에 귀뚜라미가 울지 않았던  전말을 알 것만 같다.

2.

어제는 하루종일 KBS 제1FM을 들었다. 오전 내내 비가 내렸고 오후 늦게야 비가 그쳤다.

1970년대 후반에 생산된 낡은 앰프의 손을 보고 나자, 집어던지고 싶도록 못생긴 스피커에서 믿을 수 없는 소리가 난다.

바이올린 현의 떨림과 그 날카로움. 그리고 거문고 소리가 어둠 속 저 편에서 먼지처럼 묵은 냄새를 풀어내는 사연들...

3.

소동파가 적벽부(赤壁賦)를 짖고 난 후, 武적벽과 文적벽*소동파가 적벽부를 쓰고 난 후, 자신이 간 적벽이 적벽대전의 그 적벽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그해 음력 10월 대전이 있었던 적벽으로 가서 후적벽부를 지었지만, 전적벽부의 여음이 길고 깊이가 아득하여 소동파가 처음으로 적벽부를 읊었던 곳을 문적벽이라 하고 조조와 주유의 싸움이 벌어진 적벽을 무적벽이라 부르게 된다. 이라는 두개의 적벽이 생기게 된다.

필화사건으로 호북성으로 귀양(1079년)을 간 소식은 땅을 빌어 농사를 지으며 근근히 살았다. 자신이 농사를 짖던 곳을 동파(동쪽 언덕)라고 했다. 귀양 간 몇년 후인 원풍 5년(1082년) 음력 7월 밤에 지인과 함께 적벽으로 뱃놀이를 간다. 배끝이 천리를 이어지고, 정기가 삼엄했던 그 적벽에 이제는 달빛만 가득한 것을 보고, 일세의 영웅인 조조가 "지금 어디에 있는가?(今安在哉?)라고 물으며,

변하는 쪽에서 본다면 천지도 일순간이고, 변하지 않는 측면에서 본다면 사물과 나 모두 다함이 없으니 부러워할 것이 어디있겠는가?"고 한 후, "하늘과 땅 사이에 온갖 것에 주인이 있어 내 것이 아니라면 터럭 한 끝조차 취하지 못할 것이로되, 오로지 강 위의 맑은 바람(淸風)과 산 속의 밝은 달(明月)은, 귀로 들으면 소리(聲)가 되고, 눈이 마주하여 풍경(色)을 이루니, 이를 가져도 아무도 막지 아니하고 써도 다함이 없으니 이 세상을 만든 자(조물자)의 다함이 없는 곳간(무진장)이니라.蓋將自其變者而觀之, 則天地曾不能以一瞬, 自其不變者而觀之, 則物與我皆無盡也, 而又何羨乎. 且夫天地之間, 物各有主, 苟非吾之所有, 雖一毫而莫取, 惟江上之淸風, 與山間之明月, 耳得之而爲聲, 目寓之而成色, 取之無禁, 用之不竭, 是造物者之無盡藏也.

이 문장을 보면, 청풍명월은 소리와 풍경으로 의역을 해도 좋을 것 같다.

나이가 이제 이 부를 썼을 때의 소식의 나이(45세)보다 많아서 인지, 명월은 흐릿하고 청풍은 먹먹하기만 하다.

4.

물빛의 화가. 김태균씨의 연작 전시회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인사동에서 열린다.

추석이 지난 후 시간이 있으시거나 인사동을 지나신다면 종로구 낙원동 283-38에 있는 Gallery M에 들러 부암동의 고요한 물빛에 비친 가을 하늘을 내려다봄은 어떠실지요?

BuAmDong2/picture
2010/09/13 17:46에 旅인...face
2010/09/13 17:46 2010/09/1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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