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생각들

1.

추사 김정희에 대해서 다시 읽는다.
참으로 유명하며 금석학, 서예, 학문 모두 당대 최고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지만, 그의 생평을 들여다보면 그는 잡히지 않고 공허하다.
이런 느낌은 소동파에게 느끼는 것과 같은 것일까?

어느 날 그늘진 골목길을 더듬어 가다가 하늘을 보았고, 그 하늘이 푸르렀고, 텅비었고, 생애가 그와 같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까?

금석기가 깃든 서예나 서권기가 있다는 蘭보다 그의 詩가 좋다. 하지만 詩는 글씨와 藝에 가려져 있다.

艸衣老納墨參禪   초의 노스님 먹으로 참선을 하노니
燈影心心墨影圓   등잔 그림자는 심심한 듯, 먹 그림자 동그랗고
不剪燈花留一轉   등꽃 꺾지 않고 한번 놀게 놓아두니
天然擎出火中蓮   손보지 않아도 불 속의 연꽃은 피어오른다

          芋社燃燈                       우사가 연등을 밝히노라

우사는 초의선사의 별호라고 한다. 이 시는 제주도 유배 시 초의선사가 적거지를 방문하여 얼마간 함께 보낼 때 어느 날 밤 초의선사가 책상에서 글을 쓰고 있는 것을 보고 지은 것이라고 한다.

2.

서울의 고지도를 들여다본다.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숨구멍을 잃은 이 도시의 지도보다, 낡은 고지도 속의 개울과 오래된 지명들이 가르쳐주는 것이 더욱 많다.

한줄기 한강에 세개의 강과 세개의 호수가 있다고 한다. 용산강(용산 지역의 한강)을 남호(南湖) 혹은 용호(龍湖)라고 했고, 마포강 혹은 서강(마포 지역의 한강)을 서호(西湖)라고도 했던 것처럼, 두뭇개(옥수동의 중랑천과 합류하는 지점)는 한강이라 불리웠고 도성 동쪽의 풍광이 뛰어난 물가라고 동호(東湖)라고 했다.

서호팔경과 같은 풍경이 그립다. 비 개인 날 용호 위에 뜬 달(龍湖霽月), 어깨를 비비며 삼개나루로 돌아오는 돗단배들(麻浦歸帆), 방학교(여의도 노량진쪽) 샛강의 고깃배 불빛이 강물에 어른거리는 모습(放鶴漁火), 밤섬의 맑고 깨끗한 모래(栗島明沙), 농바위로 저녁이면 피어오르는 연기(籠岩暮煙), 와우산에서 울려퍼지는 목동들의 피리소리(牛山牧笛), 그리고 그 처절한 양화진의 노을(楊津落照), 맑은 날 관악산의 안개(冠岳淸嵐)등의 풍경이란 얼마나 그리운 것인가?

3.

이런 글이 있었다는 것을 오늘에야 알았다.

“임시정부는 자국의 영토를 확정하고 국민을 확보한 가운데 국제적 승인에 바탕을 둔 독립국가를 대표한 것은 아니었고 실효적 지배를 통해 국가를 운영한 적도 없다. 이런 점에서 민주주의의 실제 출발 기점은 1948년 8월 대한민국 건국이라고 보아야 한다. 대한민국을 건국한 공로는 48년 8월 정부수립에 참여했던 인물들의 몫으로 돌리는 것이 마땅하다.”

이 글은 2008.10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전국 중고등학교 및 군부대에 배포한 책자 안에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前文)에 보면,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명시되어 있다.

행정부의 일개 내각이 헌법 전문에 나오는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깡그리 무시하고, 스리슬쩍 <민주주의>라는 말을 삽입하고 건국이 1948년이라 호도하면서, 대한민국을 건국한 공로를 48.8월 정부수립에 참여했던 인물들, 저들 친일파들에게 되돌리다니…?

이런 자들이 쓰는 민주주의란 정말 혐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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