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앞머리

장하준, 이래서 서울대 교수 3번 낙방?

“삼류 잡지 에디터가 무슨 …”

장하준 교수(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에 대해 서울대의 한 교수가 던진 말이라 한다. ‘삼류잡지’란 장 교수가 한 때 편집자(editor)로 활동했던 ‘케임브리지 경제학 논집'(Cambridge Journal of Economics)을 말한다. 이 논문집은 사회과학논문인용지수(SSCI) 3위안에 들 정도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경제학술지로, ‘삼류 잡지’란 표현은 좀 심한 것이다.

이런 에피소드를 신문 칼럼을 통해 공개하면서 경제학자 정태인(전 청와대 경제비서관)은 “유럽에서 유명잡지의 편집자란 상상을 불허하는 권위”를 갖는다고 말한다. 이런 학술지를 ‘3류 잡지’라 부르는 교수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인지, 뮈르달상 (학자에 따라서는 노벨상보다 더한 권위를 인정해 준다 함)을 받은 장하준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직에 세 차례 지원해 모두 고배를 마시게 된다. 미국 대학에서 신고전파 주류 경제학을, 그것도 수리모형이나 계량경제학을 공부하고 와야 알아주는 국내 학계에, 유럽에서 제도주의 경제학을 한 장 교수는 뭘 해도 ‘3류’로 보일 지 모른다.

<한겨레 경제연구소 이봉현 연구위원의 말 중…>


이런 글을 읽으면 답답하다. 조선시대와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성리학이 한번 자리를 잡으니까, 불교, 도교는 잡 것들이나 하는 것이 되고, 양명학 또한 사문난적이 되어버리는 것과 지금 삼류잡지 운운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이 시대에는 미국에서 배우지 아니한 학문은 삼류다. 과거에는 빨갱이, 좌파라고 하면 되었는데, 시절도 바뀌었고 적절한 단어는 떠오르지 않고 에라 모르겠다 삼류다. 유치찬란하다.

하지만 장하준이 유학가던 시절에 수리모형이나 계량경제학이란 미국에 경제학을 배우러 유학갔는데 영어를 못하는 친구들이 하는 경제학이란 뜻에 다름 아니었다.

서울대 교수가 삼류 어쩌고 저쩌고 할 때, 모르는 것이 있는데, 삼류를 내포하지 못한 일류는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싸구려 삼류잡지에 나오는 통속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영문학자가 쉐익스피어의 사대비극을 이해한다는 것은 구역질나는 일이며, 뽕짝도 제대로 부르지 못하면서 오페라 나비부인의 ‘어느 개인 날에’를 애절하게 부를 수 있을까 싶다. 삼류들의 애환을 겪거나 이해할 생각조차 없이 일등을 거듭해온 자가 판검사가 되어 빵 한조각을 훔친 장발장에 대하여 어떻게 단죄할 것인지 생각하면 끔찍하기만 하다. 삼류를 통해서 일류로 나아가지 못하니 구색은 멋진데 내용은 아주 저질이라는 것이다.

그의 삼류잡지 운운은 결국 영어가 짧아서 <케임브리지 경제학 논집>을 읽어보지 못했다는 말이거나, 아님 같은 경제학에 밥을 말아먹는 처지에 장하준이 잘나간다고 “저 새낀 뭐야 ?” 하는 시샘일 수도 있다.

하긴 장하준의 글을 읽다보면 그의 시야의 폭과 논리의 명석성에 대해서 시샘을 넘어 짜증까지 난다.

2009년도 기준, 장하준이 교수로 있는 캠브리지 대학이 세계 대학 순위 2위에 랭크되어 있는 반면, 서울대가 47위라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대학 순위라는 것이 단순히 한 대학이 지닌 지식의 총합이 아니라, 한 대학의 지성의 수준을 반영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런 편협한 사고, 이류, 삼류나 가를 줄 아는 일류의식 속에 무슨 지성이고, 무슨 말라비틀어진 석학(Great Scholar)이란 말인가? 서울대가 배출할 수 있는 학자란 결국 황우석씨, 정운찬씨 정도가 아닐까?

여기까지만 하고 23가지로 가보자.

23 THINGS THEY DON’T TELL YOU ABOUT CAPITALISM

번역을 한 김희정과 안세민은 ‘그들이 자본주의에 대하여 말하지 않는 23가지’라고 번역해야 할 책 제목에서 의도적으로 ‘about Capitalism’을 빼먹는다. <자본주의에 대하여>라는 장하준의 논지의 범위를 뛰어넘어 좌우지간  ‘그들이 우리에게 말하지 않는 것이 23가지’가 있다고 음모론 수준으로 책을 변질시킨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것이 어떻게 23가지 밖에 안되겠는가? 범위를 <자본주의에 대하여>라고 한정시킨다고 할지라도, 말하지 않는 것이 23가지 밖에 안될까?

책의 232쪽에는 부시의 둔마 역할을 충실히 했던 럼스펠트가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불확실성에 대하여 “알려진 기지수들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알려진 미지수들이 있다. 즉 우리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알려지지 않은 미지수들도 있다. 우리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모르고 있는 것을 말한다.”라고 멋지게 미지수의 정의를 내리고 있다. 그러니까 국방장관 대신 수학자나 영문학자를 했어야 한다.

그러니까 알고 있음에도 말하지 않는 것이 23가지 쯤 있다고 치부하자. 그런데 책을 읽는 내내 의문이 생기는 것은 과연 그들(THEY)이란 누구냐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장하준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통해서 우리의 시선을 여기에서 저기로 돌려놓는데 성공한다. 왜 이런 생각을 한번도 해보지 못했을까 하는 의문과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의 소요 속으로 이끌어가는 그가 놀랍다.

장하준이 말하는 23가지에 대해서는 다음번에…

20101129

This Post Has 2 Comments

  1. 마가진

    장하준 교수님에 대해선 저도 아직 잘 모르지만, 소위 자칭타칭 지식인이라 불리우는 사람들은 가끔, 어떤 땐 유치하리만큼 타 지식을 인정못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더군요.

    1. 旅인

      어떤 주의주장을 인정했을때, 자신이 가진 지식의 총체가 무너지고 그러면 자신이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는 위기의식 때문이겠지요.

      저도 장교수에 대해서는 단 두권의 책을 읽었을 뿐입니다. 저는 책을 통해서 지성이 아닌 지식 만 피상적으로 느끼는 것이겠지만, 장교수가 서 있고 바라보는 지점이 네오콘이나 신자유주의 그리고 부자, 서구나 미국의 시각이 아니라 중산층 이하 개도국들의 시점에서 21세기의 경제, 시장논리를 진단하고 가난한 자들이 좀더 잘살고, 개도국이 발전하기 위해서 시장을 어떻게 조작하고 각국 정부, 국제기구에서는 어떻게 해야한다는 대안은…

      건강한 자본주의 질서를 구축하고 건강한 시장을 통해서 일국, 특정소수가 아닌 모든 나라와 모든 사람이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라는 점에서 바라보면 그는 좌파가 아니라,

      진정한 자본주의자이며, 보수주의입니다.

      즉 건강한 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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