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22 15:26 : 무너진 도서관에서

虛和

얼마 전에 허화라는 단어를 보았다.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지만,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알 듯하면서도 그 뜻을 알기 어려운 이 단어의 출전은 없다. 이 단어는 추사가  만들어낸 모양으로, 서자인 김상우에게 남긴 글이나, 제자 김석준에게 보낸 서한에 나타날 뿐이다.

김석준에게 보낸 글에서는 의미를 발라낼 수 없으나, 아들 김상우에게 남긴 글에서는 어렴풋이 허화의 뜻을 유추해볼 수 있다.

"글씨에서 가장 귀하게 여기는 것이 '허화'인데, 말하자면 텅 빈 마음과 제 갈 길로 물 흐르듯, 꽃피듯 나아가려고 하는 글씨의 의지 사이에 이루어지는 화해를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허화라는 단어를...


인위가 자연 속으로 습합하거나, 자연이 인위 속으로 스미는 것으로 이해했다. 자연은 자연으로 존재할 수 있으나, 인위는 인위로만 결단코 존재할 수 없다.

즉, 글의 먹이 종이 속으로 스미는 것이나, 물감이 번지는 것, 혹은 위대한 건물이 무너지고 그 기둥이 비바람에 마모되어 결국 자연이 되어가는 과정,

아니면,

인간의 야멸찬 삶이 결국 죽음이라는 허무와 하나가 되는 그 과정으로

이해한다.


虛和란...

인위와 자연의 악수, 있음과 텅빔의 포옹, 삶과 죽음과의 입맞춤이다.

20101122

2010/11/22 15:26에 旅인...face
2010/11/22 15:26 2010/11/2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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