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구;守舊;Reactionary

守舊(Reactionary)

·보수(保守) : 사전적으로 ‘새로운 것이나 변화를 반대하고 전통적인 것을 옹호하며 유지하려 하는 것’을 뜻한다. 좋다 나쁘다를 떠난 가치중립적인 의미이다.

·진보(進步) : 사전에는 ‘역사 발전의 합법칙성에 따라 사회의 변화나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되어 있고 이 의미는 일견 보수에 비하여 합법칙성, 발전 등을 내포하여 좋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보수를 추구하는 세력들이 그 사회에 많으면 시대변화를 수용하지 못하여 뒤쳐지며, 진보세력이 많으면 혁명이다 개혁이다 떠들다가 사회의 안정을 해치고 만다.

따라서 우선 사회의 안정을 이룬다는 입장에서 보자면 보수세력의 비율이 높고 소수의 진보세력이 낡고 부패하고 모순된 것들을 개혁해나가자고 소리치며 사회 변혁의 주체로 나가는 것이 좋다.

보수는 전통과 권위를 옹호하며, 법 질서를 수호하는 세력이다. 그러니까 진보 이전에 진보에서 주장하는 개혁을 가능케하는 토양이다. 전통과 권위는 관습 및 법 질서 등 각종 사회의 안정장치로써 수호되어야 할 가치인 동시에 고여 썩지 않고 시대와 사회와 함께 발전해가기 위해서는 늘 진보 진영의 도전에 직면하여야 한다.

이렇게 볼 때, 보수는 진보의 단순한 대립항이 아니고, 진보는 보수없이 외쪽으로 존재할 수 없다. 반면 진보없는 보수는 썩고 만다.

여기에서 수구―보수―진보―무정부주의라고 어거지로 도식화해 보자.

수구는 영어로 reactionary 즉 ‘사회?정치적 진보?변화에 대한 반동분자’를 일컫는다. 즉 빨갱이들이 말하는 적(敵)의 개념, 악질반동이다.

그래서 친일로 부터 비롯한 우리의 수구세력은 좌익세력의 악질반동으로 우뚝하게 서서 좌익을 척결해 나갔던 것이다.

해방에서 광복까지, 동란을 거쳐 군사정권을 지나, 여기에 이르기까지 반도의 남쪽에 진보가 과연 존재했는지 모르겠다. NL과 PD가 있다고 하더라도, 민주노동당이 있고, 진보신당이 있다고 하더라도 나는 모르겠다.

지금의 문제는 그동안 진보가 설 자리가 없었다는 점은, 보수 내부의 문제에 귀결된다. 우리가 진보다 좌파다 하는 문제는 진정한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닌 보수세력 내부의 문제 즉 수구와 보수 간의 대립이라고 풀어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뉴라이트라는 망령이 나타났다.

   “우리의 사랑하는 조국 대한민국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 있다. 자유 민주주의 시장경제라는 이념적 정당성과 대한민국 건국의 역사적 정통성이 집권세력에 의해 의문시되면서 국가 정체성이 훼손되고 있다.”

2004년 3월 <일제강점하 친일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친일진상규명 특별법)>이 제정되자 이 망령들은 나타났다.

이들은 과거의 보수세력이 말하는 민족이라는 단어조차 박박 지워버린다. 일제 치하의 수치스러운 과거는 그만 덮고, (재벌 중심의) 시장경제의 (탐욕적) 정당성을 살리고, 미군정 치하에서 수많은 민족주의자들과 동포들을 빨갱이로 몰아 죽이고, 살인, 방화, 테러, 고문했던 것을 건국활동이라 칭하며, 죽도 밥도 아닌 대한민국 건국에 정통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날선 목소리로 말한다.

이들이 자신들을 우익/보수에 위치시키지 못하고 <New>로 자신들을 호도하는 이유는 그들 자신이 민족 앞에, 헌법 앞에, 사회의 공익 앞에, 국가의 대의 앞에 설 어떠한 명분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들의 말은 더러운 과거는 덮고 순 생구라로 대한민국의 건국의 역사는 정통성이 있다고 하자는 것이며, 정통성이 있으니까 쪼오끔 잘못한 것은 덮어주자고, 다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고 한다.

다음의 이야기를 보자.

   “임시정부는 자국의 영토를 확정하고 국민을 확보한 가운데 국제적 승인에 바탕을 둔 독립국가를 대표한 것은 아니었고 실효적 지배를 통해 국가를 운영한 적도 없다. 이런 점에서 민주주의의 실제 출발 기점은 1948년 8월 대한민국 건국이라고 보아야 한다. 대한민국을 건국한 공로는 48년 8월 정부수립에 참여했던 인물들의 몫으로 돌리는 것이 마땅하다.”

2008.10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전국 중고등학교 및 군부대에 배포한 책자 안에 있는 이 글은 우리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게다가 문화체육관광부의 누가 이 글을 짓게 했는지 모르지만, 존재 자체가 독립인 자주국가가 국제적 승인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모순된 사고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실효적 지배를 운운하고 있다. 이들은 임시정부를 부인하고 일본제국주의의 식민통치에 대한민국의 법통이 있다는 망발을 하고 있다. 그리하여 친일 반민족행위를 한 자들에게 대한민국 건국의 공로를 돌리자고 한다.

이것이 바로 수구이자, 이 나라의 뉴라이트라는 망령들의 실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