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Was

Rob Davies의 사진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게 하며, 지옥의 미학을 펼쳐 보인다. 그의 사진을 보면 늘 보아온 것들에 대하여 강렬한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으며, 밤과 낮의 사이, 빛과 어둠이 살을 섞는 음난한 시간이 얼마나 고독하고 아름다운 것인가를 처절하게 보여준다. 그의 사진에 은빛으로 깃든 외로움은 차라리 정적 속에서 명멸한다.

Southerndown

때론 시간의 속성을 생각해보면 그것이 정적인지 아니면 거대한 소용돌이인지 하면서도 결국 모든 에너지가 너울지며 춤추는 삼라만상의 도가니에 대한 통칭에 불과하다는 인식에 도달하곤 하는 데, 그것은 결국 무의미하다. 차라리 그 에너지를 꾹꾹 눌러닫았을 때 어떤 형식으로 납짝하게 눌리는 지에 대해서 Southerndown의 바다가 보여준다. 금빛으로 밝고 자칫 잘못하면 빛으로 폭발하며 어둠은 그 속에 허물어져 버릴 지도 모른다. 크게 위태롭다.

Reverie

빛을 선한 것으로 인식하는 우리에게 빛이야 말로 어둠의 짙은 안식을 깨치고 바라봄을 고통으로 이끈다는 것을 몽상(Reverie)은 어둠 속을 수놓는 몇 줄기의 빛으로 깨우쳐 준다. 지옥이 지옥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기 위해서는 惡 그 자체가 아니라, 진리와 선과 아름다움에 대한 갈증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은 지옥 47번지 2호인 것이다. 당신은 4호나 5호쯤에서 살고 있을 지도 모르지만…

작가 Rob Davies의 사진을 보려면…

…그러나 더 이상 작품을 찾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