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9/11 11:33 : 찻집의 오후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조화에 달린 글을 앞에 놓고 며칠동안 문상객을 맞이했다.

명복의 명(冥)은 어둡다는 뜻이다. 황천(레테의 강)을 건너면 명부다. 어둠 속에서도 어슴프레한 빛이 감돌고 있어서 보일 것은 보인다. 눈을 감으면 안구 속에 어둠과 함께 빛이 감돈다. 이것을 바로 冥이라고 하니 캄캄한 어둠이 아니라 어슴프레한 어둠이다.

8월 25일(음 7월 8일) 자시(0시 56분)에 장모께서 돌아가셨다.

태풍이 몰려온다던 8월 26일, 마치 남녘의 태풍에 푸른 하늘이 북쪽으로 떠밀려 온 듯 너무 맑아 눈부셨다.

11시부터 망자의 염(殮)을 시작했다. 황천을 건너고 머나먼 길을 떠나 보내기 위하여 새 옷을 갈아입히고 꽃신을 갈아신겼다.(小殮), 새옷을 갈아입으신 망자를 이불로 싸고 베로 친친 묶은 후 입관(大斂)을 했다. 소렴을 하면서 처남댁을 필두로 아내와 처남, 조카들은 많이 울었지만, 입관을 마치자 이승과 저승 사이에 망자를 놓고 어찌할 줄 몰라하던 마음이 가라앉았는지 모두들 모습이 편안하다.

환갑도 치르지 못한 장인어른을 중풍으로 보내신 후, 십년이 못되어 당신께서도 중풍을 맞았다. 그 후 반신불수와 말(言)을 잃고 16년을 지낸 후 돌아가셨다. 호상은 못된다.

당신께서 의탁했던 세상에 대한 미련이 얼마나 되실 지 나로서는 알 길이 없다. 16년동안 수발을 들어온 큰처남과 처남댁이 효(孝)를 다하기 위한 신고는 또 얼마나 컸던 것인지 다른 집 자식(사위)인 나로서는 알 길이 없다. 어찌 함부로 호상, 흉상을 가늠을 할 수 있을 것인가?

8월 28일 아침 6시에 발인을 하여 6시 20분경 서초구 원지동에 있는 서울추모공원에 도착했고, 7시 4분에 화로에 고인을 모시고 화장 예정시간인 8시 24분을 한참 넘겨 유골을 받았다. 生이, 삶이, 목숨이 그만 무채색으로 하얗게 변했고, 분골을 하니 한줌의 재다.

경기도 광주에 있는 장지에 도착하니 11시경이고 비는 그쳤다. 고인을 장인어른 옆에 합장하였다.

장지를 벗어나자 태풍 볼라벤이 다가오는지 바람이 거세졌고 비가 내렸다.

2012/09/11 11:33에 旅인...face
2012/09/11 11:33 2012/09/11 11:33
Trackback URL : http://yeeryu.com/trackback/1133
◀ open adayof... Homo-Babiens ▶▶ close thedayof... Homo-Babien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