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여름에 시인이자 걸인인 그가
장마와 함께 우리 앞에서 사라졌고
우리는 개천에서 건져 올린
그의 찢어진 운동화에
묵념을 올리는 것을 잊었다.
그러자 존경하는 거짓 위로 또 다른
치졸한 거짓이 올라섰고
그 다음에는 어리석은 거짓이 덮였다.
땅은 황폐했고 씨앗은 발아하지 못하여
굶주린 아이들은
석양이 미쳐 날뛰는 들로 나가
바람 결에 떠도는 풍문의 뿌리를 캐어다
폣병으로 콜록이는 어른들의
쾡한 초상 위에 올렸다.
솥에 마른 물을 부어
삶의 부수수한 조각과 함께
국을 끓였고 얼굴 없는 누군가는
탕약처럼 쓰디쓴 국사발을
밥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정작 숟가락은 없었고
침묵의 둘째마디로 휘휘 저으면 그만
뼈조각들이 올라왔다.

찬란했던 공동묘지의 아래에 누워있는 죽음의 이름을 밝히기 위하여 무덤을 파헤쳤고 누군가는 다시 흙을 덮었다. 묽디 묽은 대낮에 인불이 도시를 점령했을 때는 2시 27분이었다. 거리를 달리던 電車가 섰고 비굴했던 침묵이 내려 나를 노려보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너다.

2005/05/20 18:38에 旅인...face
2005/05/20 18:38 2005/05/20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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