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25 16:18 : 무너진 도서관에서

중국의 왕이 자신의 땅을 天下라고 했다면, 우리는 山河라 한다. 하늘 아래가 다 자신의 땅이라는 대륙의 오만방자함에 대하여, 산과 강이 어울어진 곳을 우리의 땅이라고 한다.

하나의 뿌리가 갈라져 산맥이 되고 다시 갈라져 산이 되며, 또 다시 갈라져 언덕과 구릉이 되다 못해 야트막한 평야가 되어 지평선을 이루기 전에 갯벌로 바다 위에 몸을 풀고, 갈라진 산과 들의 틈서리에서 쏫아난 무수한 샘들은 바위와 돌틈을 지나 개울로 합하고 산곡간의 개울은 다시 합하여 개천이 되어 산모서리를 돌아 결국 강으로 합한다. 강 또한 합하고 합하여 평야에 젓줄을 대며 그 유역이 넓어지다가 갯벌 위로 포개지면서 바다로 스미니, 이 땅의 갈라지고 합함은 촘촘하고 부드러워 비단 위에 강과 산을 수놓은 듯하다 함은 그른 말이 아니다.

광야와 지평선이 보이지 않는 이 곳에서, 하늘과 땅이 갈라져 소실되는 지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거나, 빛과 그림자를 여과해내기란 어렵다. 이 땅에선 모든 것이 갈라지듯 섞이고, 합하는 듯 풀어지는 곳이다. 그래서 사물과 풍경이 뚜렷하게 자신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빛과 그림자와 바람과 물과 바위와 나무와 풀과 논두렁 모든 것에 뒤섞이며, 마침내 자연 속에 소실되고, 다시 드러나는 것이다.

20100525

여암 신경준 선생의 山水考에는

一本而分萬者山也. 萬殊而合一者水也. 域內之山水表以十二. 自白頭山分而爲十二山, 十二山分而爲八路諸山. 八路諸水合而爲十二水, 十二水合而爲海. 流峙之形 分合之妙 於玆可見.

라고 쓰여있다.

2010/05/25 16:18에 旅인...face
2010/05/25 16:18 2010/05/25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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