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17 23:41 : 벌레먹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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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면접실에서

어제는 하루종일 면접을 보느라고 사람들과 씨름을 했다.

신입사원 면접을 처음보았을 때 그들을 평가하기가 두려웠다. 만들어진 질문에 순식간에 답하는 그들의 초조를 뚫고 사람의 능력이나 인격을 갈파해 내기란 힘든 것이다.

해가 지나면서 경험도 쌓이다 보니 처음과 같은 두려움은 감해지는 대신, 당락이란 운일수 밖에 없다는 값싼 생각에 머물게 된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은 면접실로 쏟아져 들어오는 저들을 감당하기에 시간은 짧고, 체력은 부친다.

골방에 갇혀, 3명씩 20회, 60명을 하루종일 면접본다는 것은 결코 수월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회사에서는 능력을 보고 뽑으라고 하지만, 업무의 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능력이 아니다. 서로 하루종일 눈을 맞추고 일하는 현장에선 남을 위하여 조금이라도 희생할 줄 알고, 때론 자신의 시간을 소비해가며 의미가 없는 것이 뻔한 보고서를 만드는 미련함도 필요하며, 동료가 술 마시자고 하면 피곤해도 자리를 함께 할 수 있고, 팀장이 터무니없는 지시를 내려도 하는 척해보는 우직함이 필요하다. 능력을 요구하기엔 상사는 무능하고, 중구난방 개인의 능력을 흡수할 조직적 역량 또한 회사에는 없다. 회사에서 특정 능력을 요구할 경우, 직원들에게 그런 능력은 언제나 부족하다.

정작 성격이나 됨됨이를 알기에는 면접시간은 너무 짧고, 면접장소는 살벌한 긴장감으로 똘똘 뭉쳐있다.

저들의 능력을 평가할 재간이 나에게 제한되어 있는 만큼, 나의 평가는 피상적이다. 붙고 떨어지고는 저들의 인격이나 능력이 아닌, 면접 그 순간의 기지와 운에 좌우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면접을 보고 나면 늘 씁쓸하다.

나의 펜끝에 몇십명의 밥 그릇이 깨박나겠지만, 회사가 요구하는 기대수준 또한 맞출 수도 없다는 공허함은 늘 남게 마련이다.

우리 그룹의 대졸 신입사원 공채 경쟁율은 70 대 1 이라고 한다. 끔찍한 경쟁율이다.

파릇한 신입사원으로 넥타이를 꼬아매고 회사에 들어서자 선배가 이렇게 말했다.

"돈 주고 하는 일은 뭐든 재미있지만, 돈 받고 하는 일은 뭐든 재미없다."

하지만 돈 주고 받는 일이 없는 백수는 지겹다.

2. 산업구조조정

어제 면접을 보고 퇴근하니 몸이 무겁기가 천근이다. 그제는 직원들과 회식을 한 후 집에 들어가니 자정을 넘었고, 면접에 신경이 날이 섰는지 퇴근길 지하철에선 진땀이 났다.

하지만 면접을 보고 나면 한국의 인력수급에 늘 걱정이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산업구조조정이라는 말이 한동안 회자되었다. 그러면서도 산업구조조정을 어떻게 해야만 하지, 산업구조조정이 불가피하게 발생되는 원인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 그에 대한 반성적인 접근을 한 학자는 강철규 씨(당시 KIET연구원) 정도였다.

그는 산업구조조정은 비교우위에 입각한다고 했다.

다른 학자들이 산업구조조정이 경제나 기업의 성장과 발전의 동력이라고 낭만적으로 생각한 반면, 강 박사는 산업구조조정을 못할 경우 그 산업이 외국과의 비교우위에 있어서 경쟁열세에 노출되면 도산할 수 밖에 없다고 음울한 논리를 전개했다.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는 산업구조조정이 경공업에서 중공업 등으로 진전되는 것 이외에 산업 내 구조조정도 있다고 보았던 것 같다.

섬유산업이 중국 등에 비교우위에 입각한 경쟁우위를 상실했을때, 단순한 섬유 직물가공 단계에서 패션 등의 하이터치 쪽으로 나가면 원가보다는 품질우위, 고부가가치로 옮겨가 경쟁우위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원사생산에서 직물생산 정도까지 대기업이 담당을 했고, 염색, 봉제 등의 후차가공단계는 중소 영세기업들이 담당을 한 관계 상 후차가공에서 패션브랜드 가치를 높힐 수 있는 역량은 부재했고 아예 패션이란 것은 외국의 브랜드나 들여다 내수시장에 어떻게 팔아먹느냐 하는 수준이었기에, 중국이 섬유제품의 생산기지가 되자 후차가공단계부터 붕괴되기 시작하여 직물, 원사 또한 거의 도산상태에 이르르고 만다.

이러한 상태에 이른 기업들은 공장을 빼서 다만 한푼이라도 더 벌 수 있는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하고 은행에서 돈을 빌린 기업들은 우리 땅에 돈을 쓰는 것이 이익이냐 외국에 돈을 쓰는 것이 이익이냐를 고민한다.

이제 국내 투자액은 줄어드는 대신 외국에 삼성, 현대, LG 등의 공장들이 들어서고 한국내 종업원보다 외국의 종업원이 더 많은 모양새인데, 한국에는 부가가치가 있는 IT 쪽에만 투자를 한다. 하지만 IT 쪽의 인력수요는 투여된 자금에 비하여 형편없이 적다.

대졸자는 매년 늘어나는데, 인력수요는 매년 답보 내지 줄어드는 형편이다.

매년 대졸공채 경쟁율은 높아지고, 백수는 늘어나게 마련이니 향후 국민연금을 챙겨먹을 수나 있는지 걱정이다.

그리고 국내에 공장이 없으니 지금 우리가 시장에서 사는 옷들의 레벨을 까보면 중국제이듯, 중국에 있는 삼성전자의 세탁기를 달러를 지급하고 수입해서 써야 할 터이니 무역수지는 악화되고 나라는 가난해질 것이다.

또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이 낮다고 하지만, 현대의 노동자나 벤츠의 노동자나 생산하는 자동차 댓수의 차이는 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의 차는 천만원, 벤츠의 차는 오천만원 한다면 부가가치를 기준으로 한 노동생산성은 현저히 낮은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이것이 현대에 근무하는 노동자의 탓이라고만 호도될 것은 아니다.

빨리 디자인, 성능 모든 면에서 세계 수준으로 올려 브랜드 가치를 높혀가야하는 경영능력의 문제이며, 산업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3. 올림픽 공원

피로함에도 불구하고 아침 다섯시에 깨어나 빈둥댔다. 집에서 차분히 앉아 책을 읽지는 못하겠다. 이제는 독서란 것은 지하철에서 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뭐 특별한 것을 하는 것도 아니다. 밥 때나 기다리고 하면서 하루가 간다.

해가 질 즈음이면, 자전거를 타고 올림픽공원으로 간다.

바람이 정말 미친 듯 불었고, 공원은 이미 늦가을같다. 해가 진 후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공원에는 간혹 젊은 연인들이 함께 걷는 모습이 보인다.

그들의 얼굴에 떠오르는 웃음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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