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21 14:31 : 찻집의 오후는

1. 먼저 바톤을 받으신분은 발자취에 닉네임을 씁니다.

2. 받으신 질문에 예능이 아닌 다큐(?)로 성심성의껏 답변을 합니다.
(단, 폭파나 패스 등은 불가능합니다 ㅋㅋ)

3. 다 쓰셨으면 다음에 바톤을 이어받으실 두분과
그 분들에게 해주실 재미난(?) 질문 5개를 써주세요.
(공통질문으로 해주셔도 좋구요, 아니면 따로 해주셔도 좋습니다.)

4. 각 질문 이외의 기본적인 양식은 꼭 지켜주세요 ^^


참으로 잉여스러운 바톤의 발자취
(받으신 분은 닉네임을 써주세요)

<한쪽 길은...>

코코페리 → Kyou → 불법미인 → 초보→ Ari.es → 배치기 → 현 루 → 에카 → 루마누오 → 존스미스 → 건탱이 → 얄루카 → 신호등 → 키리네 → MiLK → 몽쉘 → 잉어 → Crimson → 케이온 → 흰우유 → 로라시아 → HurudeRika → MEPI → 차원이동자 → 네리아리 → 斧鉞액스 → ENCZEL → M.T.I → hlighter → 善水 → 旅인

<또 한쪽 길은...>

.... 善水→ 키다링 → 흰돌고래 → 旅인


발자취 바톤

오랫동안 블로그를 하면서 간단한 질문을 받은 적은 있어도 이런 어려운 질문을 받은 적은 없습니다. 게다가 이 발자취에는 다큐(?)로 답변을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저는 Documentary의 의미를 잘 모릅니다. 다큐에는 때론 허구가 개재될 수도 있기에 저기 박스에 쓰여있는 <예능이 아닌>에 의거하여 성의롭게 발자취를 남기겠습니다.

우선 발자취를 남기기 이전에 저에게 바톤을 넘겨주신 선수님께 감사드립니다. 텍큐닷컴을 하면서 한번도 이런 바톤 이어받기에 참여한 적이 없다(왕따를 당했다)는 점 때문이 아니라, 선수님이 제게 제시한 지문들은 제가 몹시 싫어하는 생활에 대한 기본적인 문제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를 비판적인 입장에서 다시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주었다는 점입니다. 저는 삶 속에 살고 있으면서도 생활과 5도 정도 어긋난 각도로 살아가려 하고 있기 때문에, 어렸을 적엔 부모님을 화나게 했고, 결혼 후엔 아내를 열 받게 했을 뿐 아니라 자식을 황당하게 하고 있습니다.

어느 남자에게 누군가 물었답니다.

"아내와 역할분담을 어떻게 하십니까?"
"큰 일은 제가 결정하고 작은 일은 아내가 결정합니다."
"그럼 작은 일이란 구체적으로...?"
"밥짓고 애들 교육시키고 그런 것이지요."
"집을 사고 그런 것은...?"
"아내 몫이죠. 그건 작은 일이니까요."
"그럼 대체 생각하시는 큰 일이란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지요?"
"남북통일이나 세계평화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요?"

저는 이 이야기를 듣고 박장대소를 했는데, 저는 이 인터뷰와 거의 비슷한 정도의 남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조선시대라면 모를까 21세기에 이런 남편들은 분명 아내를 열받게 하고 소박맞기 십상입니다. 간혹 제 아들과 이야기를 합니다. 그 대화내용을 간략하게 표현하자면, 아들은 한나라당인데, 아빠는 민노당이라는 것입니다.(민주당은 무슨 성격인지 잘모르겠습니다) 즉 한나라당의 이데올로기가 돈과 권력이라면, 민노당은 행복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놈의 행복은 계측불가하며 느끼고 누릴 수는 있어도, 나눠줄 수도, 어떤 힘을 행사하지도 못합니다. 단지 전염될 뿐이죠. 반면 돈과 권력은 계량가능하며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러기에 한나라당은 현실을, 민노당은 이상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희 집엔 그러니까 세사람의 한나라당과 한사람의 민노당이 있습니다. 그러니 한나라당이 국회의석을 와장창 차지하고 대통령이 되는 것이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이런 저에 대한 배경을 깔고 질문에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 旅인님께 질문 드려요!<善水님의 질문> ###

1. 프리스타일 자기소개 한 번 부탁드려요! :)

올해가 60년에 한번오는 경인년 백호띠라고 하는데, 저는 개띠입니다. 그것도 천년에 한번 올까 말까한 젤루 재수없다는 58년 개띠입니다.(예능스럽다면 죄송합니다) 고향은 부산인데, 만으로 세살 때 그만 서울로 올라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서울에서 살고 있습니다.

旅인에 대하여...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때의 닉네임은 nedaba(내다봐)였습니다. 그러다가 yeeryu(이류)와 旅인을 갈아쓰다가 여인으로 고착되었습니다. 요사스럽게 남자가 왜 여인이라는 닉네임을 쓰냐면, 오랜 세월동안 남성 중심의 종교와 역사를 통해서 우리가 마주한 것은 폭력적인 문명과 반목과 갈등이었습니다. 분명 여권이 신장되면서 기존의 남성 중심으로 형성된 가족관계가 해체되고 앞 날을 가늠할 길은 없지만, 저는 여성성이 피폐한 지구를 보다 나은 곳으로 되돌려줄 무한한 힘이 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성이 남성화되는 양성 평등의 세계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여성이 정말로 여성화되고 모성의 힘으로 이 세상을 안아주고 달래줄 수 있는 그런 세계를 꿈꿉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여인이라는 닉네임을 지은 것은 아닙니다. 저는 제 동년배들에 비하여 어린 시절부터 여행을 많이 했습니다. 해외는 가지 못했지만, 우리나라를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아마 관광이 아니라 여행일 겁니다. 저는 무엇을 보기 위하여 어디를 가는 것보다, 가는 것 그 자체를 좋아했습니다. 지금도 완행열차가 진입하는 간이역의 플랫홈이나 시외버스정류장의 처마 밑에서 비를 그으며 머물지 못하고 지나쳐 갈 소읍을 바라보는 것이 좋았습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머물지 못하고 흘러갔던 것은 제가 아니라 풍경들이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풍경을 카메라에 담을 것을 욕망하면서도 카메라에 담는 동안 흘러갈 풍경을 놓쳐버릴까 카메라에 그것들을 담기를 포기해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행에 지친 몸을 이끌고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도시의 어둠 속에 깃들어 하룻밤을 보낼 여인숙을 찾던 그 날들이 그립습니다.

제가 제일 행복했던 때가 언제냐고 묻는다면 장마가 끝난 날, 쌍계사 적묵당의 툇마루에 앉아 계곡이 햇볕에 젖은 몸을 말리는 것처럼 저도 습기에 찌든 제 몸을 말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적묵당 앞의 토담 위를 기어오르던 담쟁이 넝쿨의 그 여린 녹색의 잎 끝을 보았습니다. 저는 졸음과 같은 시간을 만났고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너와 나, 지금과 저기 여기를 놓쳐버린 적이 있습니다. 그때 무어라고 형용할 수 없는 기쁨도 아닌 투명한 갈증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또 홀로 마카오로 가서 땡볕 아래 이곳 저곳을 들른 끝에 낡은 이발소에서 이발을 하고 세나도 광장의 여름 오후의 느린 햇빛에 달구어진 포석에 앉아 하늘을 보고 있을 때, 광장의 한쪽 구석에서 오후 네시를 맞춰 고등학교 취주악단이 연주를 시작했고 광장 위로 새들이 날아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때 남국의 어느 여름날이 간직한 오후의 의미를 알아챘고 저의 내면 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으며, 머물 수 있는 시간이란 고작 하루 반이며, 그것 만으로도 제게 덮쳐온 행복은 무한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하루 반이란 시간은 인생 모두를 탕진할 정도로 길고도 짧은 시간인 겁니다. 그 이후로도 간혹 어느 지점과 시간 속에서 불현듯 수 많은 것이 덮쳐오고 제 몸을 빠져나갑니다.

아마 저는 누군가를 간절하게 사랑하기 보다 낯선 곳에서 풍경이 고즈넉하게 변화하는 무한한 시간의 틈을 엿보는 것을 더욱 사랑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저는 저를 旅인(나그네)이라 부릅니다. 굳이 旅人이라 쓰지 않고 旅인이라고 쓰는 이유는 아직 나그네를 꿈꾸기만 하지 나그네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저는, 아직도 저 넓은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말(言)과 글(文)에 대하여...

사람은 말(言)을 통해서 사람을 만나는데, 저는 이 말(言)을 믿지 못합니다. 제가 제 경우를 보아도 제 말은 의미없이 난분분하며, 내 가슴이 말(言)을 타지 못하며, 말(言)이 없으면 가슴을 전하지 못합니다. 그저 나는 말(言)을 하지 못하고 말(語)을 할 뿐입니다. 저는 생활 속에서 간신히 간신히 말(語)을 할 뿐입니다.

제가 블로그를 한다면, 그것은 말(言)보다 글(文)이 좀더 저한테는 솔직하고 편안하기 때문입니다.

블로그에 대하여...

저는 글을 쓰고 하는 것과 무관했던 사람입니다. 물론 책을 읽고 때론 편지를 쓰고 회사에서 기획 일을 하면서 글을 일의 도구를 사용하기는 했지만, 제가 블로그에 저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어떤 생각을 펼치거나 하는 일은 꿈꾸지 못했습니다.

예전에 썼던 일기를 볼 경우 문장은 조악하고 생각은 편협하다는 것과 글을 쓰기 위하여 종이를 펼치면 아마득하여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아서 글을 쓴다거나 하는 것을 생각조차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2002년 7월경에 어느 카페를 들렀다가 몇편의 글을 보고 저도 한번 글을 불현듯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이 이 놈의 블로그라는 곳에 진입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많은 익명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때론 글쓰기가 고달펐지만 참으로 잘한 일 같습니다.

2. 여인님께서는 제 어머니와 나이가 같으신걸로 알고 있습니다. 부모님의 입장에서 내 아이가 가장 자랑스러울때는 언제인가요? 그리고 내 아이에게 무엇이든 의논할수 있겠다라고 생각하는 시점이 오는지요? 언제인지요?

아비로서 자식에 대하여 말한다는 것은 어렵습니다. 이 시대는 자식되기보다 어버이되기에 대하여 너무도 많은 것을 요구하며, 그 요구를 쏟아부을 곳이 다름아닌 자식이기에 어버이에게 요구되는 올바른 어버이가 되기는 아예 글렀고 자식들은 어버이의 애정에 골병이 들 정도가 된 것이 작금입니다. 올바른 어버이와 자식이 되기 위해서는 혈육이라는 자연과 어버이와 자식이라는 인위가 어느 정도 조화를 이루어야 하나 지금 이 시대는 병들어가는 자연처럼 핏줄이라는 자연 또한 인위에 침식당하고 깊이 병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식이 자랑스러울 때라는 것은 외면적인 즉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수준 이상을 달성했을 때이며, 그래서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다거나 친구와 친척들 앞에서 괜스레 자식 자랑을 늘어놓고 싶은 때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학생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충 아이들의 외면적 기준에서는 별로 저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물론 녀석들에게도 간혹 좌절도 있고 저도 속상할 때도 있지만, 그것은 자식들이 그동안 해왔던 기준이 너무 높아졌기 때문에 발생한 좌절일 뿐, 이 시대를 살아가는 부모들의 기준으로 볼 때는 제 자식들은 자랑하고도 남을 정도입니다.

자랑보다 기뻤냐는 물음을 하신다면, 태어나 울음을 터트리며 제 곁에 온 것이고, 중학교 때 자신의 여자친구를 데리고 와서 소개시켜주었을 때였습니다.

역으로 아버지로써 자식들에게 떳떳하고 자랑스러운가 하는 질문을 하게 된다면, 저는 할 말을 잊습니다. 세상의 아비는 자식이 태어남으로써 불현듯 아비가 됩니다. 자식이란 하나의 기쁨이고 희망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 처지에 먹이고, 입히고, 노심초사하며 가르치고, 넘어질까, 어디가서 다치지나 않을까 하는 하나의 질곡으로 다가온 존재입니다. 이런 자식들을 보듬고 살아가는 부모는 세상이 두렵고 자식들이 겁납니다.

제가 자식들에게 떳떳할 수 있다면 그것은 제가 옳바르고, 높은 지위에 오르고, 돈을 많이 번다는 것보다 자신의 살을 새끼들이 파먹고 자신은 죽어버리는 어미거미와 같은 희생을 간직하는 것일 겁니다. 아마 저보다 전 세대, 저의 아버지 세대의 아비와 어미는 자식 하나 먹이기 위하여 자신은 뼈가 녹아나도록 일하고 자신은 끼니를 거르면서도 "나는 낮에 많이 먹었다. 걱정말고 많이들 먹어라."는 한마디 만으로 존경스러운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만큼의 자신이 없습니다.

저는 아들이 태어난 이후 대화를 나누고 의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말을 하게 되면 "나는 세상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해 줄 것이야!", "이제 학교에 들어가고 철이 들면 행복과 사랑을 이야기해줄꺼야!", "대학에 들어가면 나보다 더 똑똑할테니 우리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인생에 대해서 이야기할꺼야!"라고 자식이 자라는 순간마다 할 수 있는 대화를 하염없이 미뤄왔습니다.

저는 오늘도 네가 장가를 가고 자식을 나으면 나와 같은 아비가 되니까 그때가서 "삶이 얼마나 고달픈가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을꺼야."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아마 제가 자식들에 기대사는 어느 날이 되면 아들의 눈치를 보며 대화를 나누게 될까요?

3. 여인님께서는 블로그를 통해서 뵈면 젊고 어린 친구들과도 스스럼없이 교류하시고 생각을 나누는 과정에서도 권위(안좋은 의미의)라거나 그런 틀이 없다고 생각이 되는데요. 물론 여인님께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시는 면도 있지만, 보통 어른이 되면 자신의 경험과 잣대를 알게 모르게 내세우게 되는데 여인님은 한참 어린 친구들에게도 뭘 가르치려고 하거나 그런것이 없이 지혜를 나눠주시는 느낌입니다. 인생관이 있으시다면 궁금하고 그 비결 또한 궁금합니다.

권위라는 것은 이 시대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라고 보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권위는 길거리에서 누구와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소크라테스적이어야 한다고 보입니다. 공자는 모르는 것이 있으면 누구에게나 물었고, 예수는 창녀와 세리들과 함께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시대는 낮은 자들과 함께 하지 않고 자신들끼리만 세력을 형성하고 무력으로 공허한 권위주의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개탄스럽습니다.

저라고 권위주의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제 의견과 다른 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잘 모르면서도 아는 척하고 자신의 경험을 침소봉대하여 그럴 듯하게 보이고자 하는 욕심이 있습니다.

전에 네이버를 할 때는 제 나이 또래가 많아서 댓글도 쉽게 달 수가 있었는데, 이 곳 텍큐닷컴의 경우는 세대가 벌어져 있어서 제가 볼 때는 생소한 점도 많고 또 신선한 점도 많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십대와 삼십대가 지닌 생각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반갑습니다.

이웃들의 글을 읽으면서 내 나이 이십대나 삼십대에 과연 저런 생각들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아마 하지 못했을 겁니다.

이웃들의 놀라운 글들이 제가 함부로 권위의 잇빨를 드러내지 못하도록 재갈을 물리고 있다고나 할까요?

제게는 인생관이 없습니다. 단지 고요와 조화 속에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인지 몰라도 제 생활은 남들이 보기에는 단순하고 평화로와보이는 모양입니다만, 이러한 삶을 유지하기도 점차 힘들어지고 욕심은 자꾸 쌓여만 갑니다.

4. 20대에 결혼을 하셨다고 미루어 짐작을 해보고, 20대, 30대, 40대를 지나오시며 각 나이대별 아내가 가장 아름다워 보였을때가 언제인지 궁금합니다.

아내가 결혼 후 사주라는 것을 보고 와서, 부부의 궁합이 아니라 오누이의 사주라며 들고 온 적이 있습니다. 저의 성격은 조용한 반면, 아내의 성격은 다혈질인데도 30대까지는 그저 조용히 살았습니다. 하지만 40대에 접어들면서 아이들의 학교문제와 집문제 등으로 아내의 목소리는 커지고 반면 저의 목소리는 잦아들게 됩니다. 아마 저는 회사라는 방패 뒤에 숨어서 돈만 벌어다 주면 되지 않느냐 라는 식이었지만, 아내에게는 때로 하소연하고 함께 고민해나갈 사람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아내는 그런 면에서 저의 내조를 잘하고 있는 셈입니다. 각 나이대가 지나면서 아내의 모습은 늘 변하고 어느 때가 아름다운지는 알 수는 없지만, 아내가 아이를 갖고 몰래 숨어서 양푼에 밥을 비벼먹는 모습이나 아이의 시험에 있는 해에 아침 잠을 이겨내지 못하면서도 백일동안 새벽기도를 나간다거나 하는 모습을 보면 엄마란 참으로 대단하고 아름다운 존재라고 느낍니다.

제가 아내에게 해야할 일이란 아내가 아름답게 늙어갈 수 있도록, 아내의 말도 잘듣고 힘들 때 격려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5. 여인님의 글들을 읽어보면 소설은 표현에 있어 아름답고, 단상은 번뜩이는 관찰력과 재치가, 또한 어떤 학문을 깊이있게 공부해나가시고 설득력있는 사견도 피력해놓으신 글들이 많은데요, 책을 내자는 제의를 많이 받지 않으시나요? 혹은 그런 기회가 되었을때 어떤 글로 어떤 책을 내면 좋겠다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이것은 무조건 출판을 해야한다 라는 가정아래 입니다.)

책을 내자는 제의를 받아본 적은 한번도 없으며, 꼴란 교내백일장에서 장려상 한번 타보지 못한 저로서는 글이란 것은 지금 막 시작한 셈이며 아무런 생각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출판을 해야 한다 라는 가정이 어렵습니다. 제가 쓰는 글은 어떤 장르에도 속하지 않는 잡문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장르가 없는 크로스오버가 마음에 듭니다.

책을 낸다면 한번 소설을 써보고 싶습니다만, 저는 상상력이 빈곤하고 삼인칭을 잘 쓰질 못합니다. 그래서 여기에 써넣은 소설도 일인칭이 대부분입니다.

욕심이 있다면 기행문을 쓰고 싶습니다. 제밀라와 같은 곳으로 가서 한두달을 보내며 그곳의 공기냄새와 한낮의 열기, 그리고 언덕을 지나는 모르인들의 삶을 얼핏이나마 느끼고 좁은 시장에서 타마린느와 같은 열매를 먹어보고 내 인생에 들어온 그 시간들에 대한 산보와 같은 기행을 써보고 싶습니다.

6. 여인님께서 더욱 깊이있는 공부를 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늘 관심을 갖고, 계속하고 있는 공부는 종교입니다. 저에게 종교는 하나의 믿음의 대상이 아니라 고대의 지혜이며 인간의 신비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이 종교 중에서 제일 관심이 있는 분야는 불교입니다.

또 하나는 주역입니다. 저는 주역에 신비적인 요소가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하지만 고대의 사유가 어떤 것인지는 알고 싶습니다.

최근 꿈에 본 16자와는 다르지만 3개의 부호로 주역적인 얼개를 만들어 보고 있는 중입니다.

7.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블로그에 관한 것도 괜찮고, 앞으로 하게 될 일도 좋아요~)

우선 블로그는 계속 써내려갈 생각입니다. 2003년부터 지금까지 해오다보니 이제 많은 글들도 모였고 저도 글을 쓰면서 엄청나게 배우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웃들의 글을 보면서 깨닫는 점도 많습니다.

두번째 블로그를 떠나서 저 개인적으로도 올해를 계기로 뭔가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습니다.


*** 흰돌고래님의 질문 ***

1. 제일 좋아하는 것 (사물이나 날씨, 유형, 무형 등 아무거나 상관 없어요)이 뭔가요? 그 이유는?

노을인 것 같습니다. 그것도 합정동의 노을입니다. 하지만 왜 좋아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그냥 강뚝에 올라가 하염없이 바라볼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는데... 제가 왜 노을을 바라보았는지 노을을 바라보며 무엇을 느꼈는지 왜 노을을 바라보고 있으면 가슴이 조용히 내려앉고 때로 슬프며, 때로는 가슴이 벅찬 지 도무지 알 수 없으나 저는 노을이 지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 그렇게 좋았습니다.

2. 죽기 전에 꼭 이루고 싶은 것. '내 인생에서 이것 만은 꼭 해야한다!' 싶은게 뭐에요?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어느 도시나 황량한 벌판을 그냥 스쳐지나는 것이 아니라 아침 점심 저녁의 달라지는 빛을 시간을 들여가며 바라보고, 저녁이 오기 전 도시에 감도는 식사준비를 하는 감미로운 냄새, 그리고 대지에 지는 일모의 모습과 광장에 울리는 종소리 등을 나날이 새삼스럽게 발견해나가는 여행과 일상이 뒤섞인 그런 여행을 하고 싶습니다.

3. 다시 태어나면 뭐가 되고 싶으신가요? 어떤 점 때문에요?

다시 태어나고 싶지는 않지만, 다시 태어난다면 지구가 아닌 저 멀리 다른 은하계에 태어나고 싶습니다. 지구와는 다른 문법의 언어를 쓰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며, 성장과 발전보다 평화와 행복을 추구하는 그런 세계에서 태어나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태어난다면 외계인으로 태어나고 싶습니다.

4. 스물네살 이라면^^;, 뭘 하시겠어요?

다시 스물네살이라면 슬플 것 같습니다. 스물네살에서 이 나이까지 살아갈 생각을 하니 까마득합니다. 하지만 불가피하게 스물네살이라면 여자 하나를 꼬셔서 사랑하겠습니다. 그 나이에는 사랑하던가 아니면 머리를 깎고 절로 들어가든가 둘 중 하나를 해야만 하는 나이이니까요.

5. '모든 사람들이 꼭 알았으면..' 하는 어떤 사실 한 가지만 알려주세요!

세상에는 아무런 진리도 없으며, 종사해야 할 어떤 신념도 그릇된 것입니다. 단지 따라야 하는 것은 자신의 마음과 밥 그릇입니다. 자신의 마음과 밥 그릇의 판단이 늘 옳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제가 부탁드리는 질문 $$$

이 질문은 '서정적 자아'님과 '클리티에'님께 여쭙니다. 제가 늘 궁금해하는 사항이라 답변해 주시면 고맙겠지만, 시간이나 사정이 따르지 않으신다면 굳이 답변을 안하셔도 괜찮습니다.

旅인의 질문사항

1. 평소에 책을 많이 읽으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본인이 생각하시는 독서란 무엇이며, 인생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점이 있는가를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2. 삼일정도 나만의 올올한 시간이 주어지는데 아무도 함께 할 수 없다면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3. 자신이 좋아하거나 기억에 남는 장소가 있다면 어디인지요?
4. 블로그가 자신의 생활에 변화를 주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5. 자신의 취미나 좋아하는 것, 어떤 것이 행복이고 슬픔이며, 외로움이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20100124

2010/01/21 14:31에 旅인...face
2010/01/21 14:31 2010/01/21 14:31
Trackback URL : http://yeeryu.com/trackback/829
  1. 발자취바톤 Tracked from NOW & HERE 2010/02/07 22:47  delete
◀ open adayof... Homo-Babiens ▶▶ close thedayof... Homo-Babien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