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를 읽다 08 (태백편)

태백편에서는 공자의 말기 제자 증삼(曾參)을 曾子라고 부른다. 이는 공자 사후 유가의 헤게모니를 증삼이 쥐었으며, 공자의 대화록인 논어도 증삼의 문인에 의하여 수집, 편집되었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논어에서 17회나 曾子로 나왔고, 증삼으로는 단 한번도 나오지 않는다. 이외에 자(子)를 붙인 사람은 유약(有若) 뿐으로 有子로 3회 나온다. 반면 공문십철(안회, 민자건, 염백우, 중궁, 재여, 자공, 염구, 자로, 자유, 자하) 중 그 누구도 子를 붙인 사람은 없다.

유약의 경우, 공자보다 13세가 적었는데, 모습이 공자와 비슷하여 공자가 죽은 후 문인들이 그를 스승으로 삼았다고 한다.

증삼은 공자보다 46세가 적었다. 공자가 73세에 졸 할 당시 27세에 불과했다. 공자는 55세에 주유천하를 시작하여 68세에 노나라로 돌아온다. 공자와 함께 주유에 동참하기엔 증삼은 너무 어렸고(9살), 공부할 나이 때는 공자는 노나라에 없었다. 그는 공자 슬하에서 길어야 5~6년 밖에 수학을 하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공자가 증삼아! 나의 가르침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로 관철되어 있느니라.”라고 하며 나가자, 문인들이 “시방 선상님이 뭐락꼬 했능교?”하고 묻는다. 증삼은 “선생님의 가르침은 충서(忠恕)일 따름이지롱. 1이인-15 : 子曰, 參乎! 吾道一以貫之. 曾子曰, 唯. 子出, 門人問曰, 何謂也? 曾子曰, 夫子之道, 忠恕而已矣 하고 가르침의 근본을 전한다.

이는 그의 총명함 탓도 있겠으나, 아비 증점(曾點)이 공자의 제자였고, 공자가 주유천하할 당시에도 행단(杏亶: 살구나무 아래에서 공자가 제자를 가르쳤다고 하며, 아직도 곡부의 문묘의 뒤뜰에는 살구나무를 심는다고 한다)에서 공자의 제자들로부터 학문의 개략을 배울 수 있었다. 그러니 예비수업을 하고 공자의 슬하에서 또 배웠다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증삼은 기독교의 바울과 같다. 그는 공자와 고락을 함께 하지 못하고, 공자의 말년에 짧게 수학한 탓인지 모르지만, 공자의 학문 중 유심주의적 경향을 받아들여 체계화한다. 그는 효경을 짖고 대학을 지었다고 한다. 대학의 팔조목(격물, 치지, 정심, 성의,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은 소학을 마친 유생들의 고등교과의 첫머리가 된다. 그는 공자의 손자, 자사(子思)를 가르쳤고, 자사는 그의 유심주의적 경향을 더욱 극대화하여 사서(四書)의 말미가 되는 중용(中庸)을 짖는다. 자사는 맹자를 가르치는데, 맹자는 공자의 다음(亞聖)으로 칭송되고 있으며, 제나라로 가서 직하(稷下)라는 교육기관을 만들어 후진 양성에 힘쓴다.

선천적 도덕적인 능력인 사단(仁義禮智)은 맹자에서 나오고, 자연적 인간 감정인 칠정(喜怒哀懼愛惡欲)은 중용에서 출전한다. 이러한 유심적인 사유는 송대에 이르러 ‘주자학’ 2주자학에서는 하늘의 이치와 사람의 心性이 일치한다고 하는 천인합일의 명제 아래, 우주 자연의 생성과 변화를 설명하기 위한 이론적 바탕으로 理氣論을 발달시켰고 다시 이를 근거로 하여 인간 심성의 발생 과정과 그 작용을 탐구함으로써 인간의 도덕적 실천의 철학적 근거를 해명하고자 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사단 칠정의 문제가 자연스럽게 부각된다 의 배경이 된다.   [성리학] 3주자학에서 사단 칠정의 문제는, 太極論과 같은 우주론에 비해 그다지 비중있게 다루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사단과 칠정의 발생 과정을 이기론적으로 해명하는 문제가 중요한 관심사로 떠올랐으며 이것은 대규모 논쟁으로까지 전개되었다. 이 논쟁은 이황과 기대승 사이에서 처음 발생하였고 나중에 이이와 성혼 사이에서 다시 논의됨으로써 새로운 국면의 논쟁으로 전개되었다. 이 과정에서 주된 쟁점이 되었던 것은 사단이 理에 속하는가 아니면 氣에 속하는가 하는 문제와, 理가 과연 발동할 수 있는가 없는가 하는 두가지 문제였다. 16세기 말에 발생하였던 이 논쟁은 당대의 저명한 성리학자들에 의해 주도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후 학계 전체의 문제로 확대되어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성리학자가 이 문제를 다루었을 정도로 한국 유교의 전개 과정에 절대적 영향을 미쳤다 (이기론과 조선 당쟁과의 관계는 영원한 제국에 간략하게 설명되어 있음)

사서(四書)는 공자의 (논어), 제자 증삼의 (대학), 손자이자 제자의 제자인 자사의 (중용), 제자의 제자의 제자인 맹자의 (맹자), 즉 초기유가 4대에 걸쳐 이루어진 셈이다.

공자는 태백의 덕이 지극하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왕위를 세번이나 사양했으나 백성이 그의 덕을 칭송할 수 없었다 4태백-01 : 泰伯, 其可謂至德也已矣! 三以天下讓, 民無得而稱焉 고 찬탄한다.

‘태백은 대왕(周 文王의 조부인 고공단보)의 큰 아들이며, 둘째는 중옹, 셋째는 계력이다. 고공단보가 다스릴 때, 은나라의 도는 점차 쇠하고, 주나라는 나날이 강성해지고 있었다. 계력이 昌을 낳았는데, 昌에게 거룩한 덕이 있었다. 고공단보가 은나라를 칠 계획을 했는데, 태백이 그를 쫓지 않자, 고공단보는 마침내 자신의 자리를 계력에게 주어 昌에 이르게 할 생각을 한다. 이를 눈치챈 태백은 둘째 중옹과 더불어 형이라는 오랑캐 땅(후의 오나라)으로 도망간다. 울고 싶자 매라고 고공단보는 자리를 계력에게 물려주고, 마침내 나라가 昌에게 이르게 되어 천하의 3분지 2가 그를 따르니, 그가 문왕이다. 문왕이 죽고, 아들 發이 위를 물려받아 드디어 은나라를 이겨 천하를 얻으니 이가 무왕이다’ 5蓋大王三子: 長泰伯, 次仲雍, 次季歷. 大王之時, 商道寖衰, 而周日强大. 季歷又生子昌, 有聖德. 大王因有翦商之志, 而泰伯不從, 大王遂欲傳位季歷以及昌. 泰伯知之, 卽與仲雍逃之荊蠻. 於是大王乃立季歷, 傳國至昌, 而三分天下有其二, 是爲文王. 文王崩, 子發立, 遂克商而有天下, 是爲武王. 고 집주에 쓰여 있다.

태백을 칭송한 것은 주나라의 문화(斯文)가 태백의 양위가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본 것인가?

고공단보는 문왕이 아직 왕이 안되어 서백(西伯: 서쪽의 백작)일 때. 태공(太公 : 고대의 제후들은 칭왕을 못했음)이라고 불리웠다. 문왕이 위수에서 낚시질을 하고 있는 강상(姜尙)을 만나자 그의 인물을 알아보고 태공이 바라던 인물이라고 하여 태공망(太公望)이라고 불러, 강태공이라고 불리게 되며, 문 무 양대의 왕을 보좌하여 은나라를 멸함으로써 제나라의 열후로 봉해진다.

각설하고 태백은 오나라의 시조가 되며, 따라서 오나라의 성은 희(姬)씨로, 무왕의 동생인 주공에게 하사된 노나라와 동성(同姓)이다. 그런데 노나라 소공이 오나라에 장가를 간다. 그래서 진사패가 소공이 예를 아느냐고 공자에게 묻는다. 한데 공자는 예를 안다고 한 후 사라진다. 그러자 진사패는 무마기에게 가서 “에이~ 군자는 파당을 짖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것 파당짖는 것 아니야? 임금이란 놈이 동성과 결혼을 하고 쪽팔리니까 와이프 이름을 오맹자(성이 안나타나게)라고 고쳐부르는데, 그런 임금보고 예를 안다고 한다면 언놈이 예를 모르겠냐?”고 떠든다. 그러자 공자가 “구(공자)는 다행이야. 잘못한 게 있으면, 꼭 그것을 알려주는 싸가지가 반드시 있거든” 6술이-30 : 陳司敗問昭公知禮乎, 孔子曰, 知禮. 孔子退, 揖巫馬期而進之, 曰, 吾聞君子不黨, 君子亦黨乎? 君取於吳爲同姓, 謂之吳孟子. 君而知禮, 孰不知禮? 巫馬期以告. 子曰, 丘也幸, 苟有過, 人必知之 하고 웃는다.

여기에서 진사패(陳司敗)는 이름으로 볼 때, 진나라에서 사법을 담당하는 관리라고 추정된다. 그는 상위자가 Rule을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밑에서 지키겠느냐는 노블레스 오블리제의 문제를 제기한 셈이다.

이 이야기를 더 진전시키자면, 공자는 돈독한 믿음을 갖고 학문을 즐겨하며, 죽음으로써 참된 길을 걸어가야 하며, 위태로운 곳은 가지 않고, 문란 곳에 머물지 않는다. 세상에 道가 있으면 몸을 드러내고, 道가 없으면 은둔한다.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는데, 가난하고 천하다는 것은 수치다. 하지만 나라가 사쿠라로 돌아가고 있는데도 부유하고 귀하다면 이 또한 치욕이다 7태백-13 : 篤信好學, 守死善道. 危邦不入, 亂邦不居. 天下有道則見, 無道則隱. 邦有道, 貧且賤焉, 恥也; 邦無道, 富且貴焉, 恥也 라고 한다.

이 글을 읽고, 우리나라의 부자와 대통령 이하 고위 관료들은 어떠한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청문회나 친일인명사전, 과거사 속에 은폐되었던 진상들을 볼 때, 우리는 더 이상 치욕을 치욕이라고 부를 수 없는 나라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현 정권이 말하는 실용이라는 말을 들으면, 헛구역질이 나온다. 실용이라는 단어의 반대편에 있는 말이란 무엇인가? 허례허식? 아님 이념? 아마 이념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광복 이후 무슨 이데올로기가 있었는가? 공산주의? 씨를 말렸다. 사회주의? 사회주의가 뭔지도 모르겠다. 그럼 민주주의? 우리나라에 민주주의가 있었다고? 꼴란 10년동안 그 비슷한 것 하려고 한 적은 있었다고 하더라.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가 말하는 실용의 반대편에 무엇이 존재했단 말인가? 그의 실용은 허무하다. 그의 실용의 껍질을 벗겨보면 단 하나의 실체가 있는데, 그것은 <돈>이다. 돈 앞에 장사없다고, 돈 앞에 진보도 보수도 없다. 그래서 실체도 없는 중도를 거들먹거리며, 자신은 중도실용이라고 한다. 즉 돈의, 돈에 의한, 돈을 위한 정부(goverment of the money, by the money, for the money)를 지향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잖아도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사회 속에 삼성공화국의 푸른 깃발이 드높게 휘날리는 판국에, 아무런 이념도 없이 돈을 위한 정부를 건설하겠다니?

이 실용을 보면 이 편 다음의 자한편 첫 구절이 떠오른다. ‘공자께서 이익에 대하여 말한 바는 극히 드물고, 하늘의 뜻과 어짐과 함께 하려 했다’ 8자한-01 : 子罕言利, 與命與仁 고 한다. 즉 군자(Leader)는 숭고한 이상과 올바른 국가관으로 국민에게 봉사하면 된다. 돈이 아니다. 돈은 누구나 벌고 싶어 지랄발광을 한다. 가뜩이나 지랄들을 해서 어지러운 판에, 대통령님까지 설쳐댈 필요는 없다. 그리고 잘사는 나라가 꼭 돈 많은 나라는 아니다. 행복한 나라가 잘사는 나라다.

또 공자는 백성들이 찬성하면 그를 따르게 하고, 이해를 못하면 백성에게 그를 명백히 알게 한다. 9태백-09 : 民可使由之, 不可使知之 10이 구절의 해석은 어렵다. 우리의 어떤 번역을 보면, 民, 可, 使由之. 不可, 使知之.로 구분, 해석하여 ‘백성이 할 수 있다면 그(정책)를 따르게 하고, 할 수 없다면 그를 알도록 한다’로 되어 있다. 집주에 보면,’民可使之由於是理之當然, 而不能使之知其所以然也’로 되어 있다. ‘The people may be made to follow a path of action, but they may not be made to understand it.’ 고 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광우병 파동, 방송법, 사대강 사업 등에 있어서 국민들과 시비가 붙자, 한결같이 ‘국민들이 뭘 모른다, 소통을 해야 한다, 그것도 안되면 TV 광고라도 해야 한다, 그래서 무식한 국민에게 실상을 알려야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이에 대하여 제대로 된 실상을 알려준 바가 없고 늘 구랭이 담넘듯 넘어갔다. 그래서 늘 뭔지 모르게 불안했고, 우리는 “싫다는 걸 왜 굳이 하려고 하느냐? 이상하다. 또 기분 드럽다. 이러다가 나라 망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 것이다.

논어를 읽다보면, 공자는 2500년전 바다 건너에 살았던 사람이 아니라, 꼭 교직생활에서 은퇴하고 서울 어느 구석에 살고 있는 노인네 같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길어졌다. 마지막으로 공자가 생각하는 신사도(Gentleman-ship)에 대하여 말하면, 그는 공손하되 禮가 없으면 노심초사하게 되고, 신중하되 禮가 없으면 위축되며, 용맹하되 禮가 없으면 깽판치고, 강직하되 禮가 없으면 각박하게 된다 11태백-02 : 恭而無禮則勞, 愼而無禮則葸, 勇而無禮則亂, 直而無禮則絞 고 한다. 그러니 禮라는 것은 각 개인의 개별적인 성향을 교정하고, 적절한 행동규범이 되는 준거점이 되겠으나, 어렵다. 또 그는 詩를 통해서 지조와 기상을 고양시키고, 禮로 자신을 바로 세우며, 음악을 통하여 성숙된 인격을 이루어야 한다 12태백-08 : 興於詩, 立於禮, 成於樂 고 한다. 이는 신사란 늘 호연지기를 기르고, 사회생활에서 올바른 예의와 범절을 지켜야 하며, 인격과 풍모를 누릴 수 있는 여유와 풍류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나같이 싸가지가 바가지인 사람에겐 어렵고 또 어렵다.

2009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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