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신호등이 푸르러지도록
사람들은 무얼할까, 뭘 할 수 있을까?
건너편에서 영결식장을 발견하거나
파리제화가 흥얼거리는 팝송 가락에
발가락을 까딱거리거나
근엄한 표정을 짓거나 하품을 하거나
우산 한 번 펴보거나 접어보거나
하늘 한 번 쳐다보고 침 한 모금 삼키고
어떤 이는 뱉고
우두커니 우연히
건너편에 아는 사람이 서 있으면
어떻게 할까?
뭐 생각할 게 있다고
비는 또 올까?
신호등은 안 바뀔까?
황인숙의 시 ‘무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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