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풍경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 김수영의 <풀> 중…

한 여자에 대한 사랑

시간을 보내기 위하여 추억하거나 생각을 해야만 했습니다. 아니면 실명이 심해지면서 거의 글을 쓸 수 없었던 보르헤스처럼 입 속으로 자신의 환상을…

하루가 지나는 언저리

그러니까 길은 6월의 메마른 먼지 속으로 소실되어가고, 바람은 오후를 몰고 와 가슴 속 11번지를 관통해 지났다. 하루에 대하여 유감이 많았는지,…

플라터너스의 그늘

이 플라터너스의 사진은 조금 멀리서 찍어야 하는 것 같다. 나무는 바람의 종족이라지만,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에도 이 나무의 움직임은 조용하다.

그런 날이면 말이야

그러고 보니......욕심을 다스리기 보다, 욕구를 충족시키고 욕망을 채우기에 급급해 왔는데이 나이에 어떻게 욕심으로 부터 마음이 고요해지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어제…

아라베스크 무늬의 잡상

봄이 오기 전에 여름이 덮쳤습니다. 새벽이 지글거리는 여름의 냄새를 피우며 왔습니다. 시멘트 길에서 올라오는 열기를 죽이기 위하여 도로 위에 물을…

낮이 들끓는 시간

새벽, 낮이 조용히 비등하기 시작할 무렵, 도로가 텅빈 채 신호등만 빛깔을 바꾸는 시간에 간판 위로 던져지는 낮은 조도의 불빛을 얼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