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동네

나의 최초의 기억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살곶이다리 건너 한양대 언덕 아래 사근동에 있던 집은 마당이 넓었고 마당 한 쪽은 모래밭이었다. 청계천과 중량천이 합하는 습지에서 멀리 않았던 모양으로 어린 나는 어디에서 잡았는지 모르지만 집 마당 모래밭에서 개구리를 가지고 놀곤 했다.

그런 기억 속에서 나는 심심했고, 나의 생활 속에서 무엇이 빠져나갔다는 것을 알았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서러웠다. 마루에 댓자로 누워 신발장 밑에 가만히 숨어있는 먼지와 어둠을 바라보다가 그만 울기 시작했고 마루를 넘어온 오후의 뉘엿한 햇빛 속에 잠들었을 것이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 나를 깨웠다. 아버지와 누나였던 모양이지만 그들을 따라 어두운 골목길로 나섰다. 그리고 골목길 끝에 엄마가 무언가를 가슴에 안고 나타나셨다. 동생이라고 했다.

동생은 나보다 생일이 며칠 늦은 3년 터울이다. 나의 기억은 만 세살에서 시작한다. 내가 마루에서 울었던 것은 선명한 데, 왜 울었느냐는 엄마가 동생의 출산 때문에 병원에 가셔서 외로워서 울었으리라고 추측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언덕 위로 한양대는 건물이 한동 밖에 없었다는 것과 사근동의 골목에서 마주친 엄청난 크기의 두꺼비와 자주 놀러가던 세탁소의 다림판 밑에 앉아 다리미의 뜨거운 열기에 다려지던 양복들의 냄새들이 기억난다.

나의 다음 기억은 적선동으로 이사간 후의 기억이었다. 하지만 누나는 사근동에서 적선동으로 이사간 적은 없다고 한다. 오히려 부산에서 적선동으로 이사를 왔고 적선동에서 왕십리 사근동으로 이사를 왔고, 아버지의 출근과 누나의 통학 때문에 통의동으로 이사를 갔을 뿐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너의 기억은 부산에서 서울로 이사 온 후 시작한 것이야”

그러면 나의 기억은 생후 30개월이 지난 후 부터 시작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제는 며칠 전의 기억도 아득하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