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물들고, 익기 위하여, 몸과 마음을 열어 가을을 들이다, 즉 秋納(가을들이)이다. 가을을 익히기 위해 물들이다 보면, 낙엽은 지고, 그만 겨울이 온다.

가을들이-E

어렸을 적에는 크고 아득한 것을 바랐습니다. 자신은 유한하면서도, 또 유한함이 베푼 한 조각조차 온전케 하지 못하면서 어쩌자고 그랬을까요.

가을들이-D

이 글들은 변명이 아니다. 도무지 사랑할 수 없는 세상을 사랑하기 위하여, 50원 짜리 우표를 붙여 본제입납으로, 세상에 띄우는 편지에 불과하다.

가을들이-C

당신의 슬픔은, 슬픔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슬픔, 외로움은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외로움조차 느끼지 못한다는 그런 외로움같았어요.

가을들이-B

추억이란 아름다왔던 과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무료한 현실을 드러내는 표지이다. 지금이 무료한 만큼 추억은 반짝이도록 날조되는 법이다.

가을들이-A

느낌의 차원이다. 개연성이라기 보다는 막연함에 가까운…, 일말의 막연함으로부터 우리는 확실함을 이끌어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