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의 하루살이에 대한 풍경이지만, 그 하루란 수치와 고통과 분노 그리고 어리석음 따위로 벌레먹기 마련이죠. 그러면서도 그 하루에 영원을 더하려는 욕심을 품기도 합니다.

아홉시 삼십분에…

어제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 지 은행잎이 아우성치며 아스팔트 위로 내려앉는다, 이유없는 조락처럼...... 아침 햇살이 이토록 찬란하기에, 바람이 이렇게 스산하기에…

왈기曰記

책방에 가서 찾던 책이 장 그르니에의 ‘섬’이 아니라 ‘지중해의 영감’임을 알았다. 엉뚱한 책에서 빛의 옴실거림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 ‘섬’을…

삼월과 눈

3월에 내리는 눈 밝은 햇빛을 밟고 아산으로 내려갔는데 오는 길은 폭설을 떨쳐나가는 길이었다. 삼월의 폭설은 처음에는 우울하더니 저녁에 돼서는 크리스마스가…

변경의 가을

나는 변경에 살고 있다. 변두리라는 말이 정확하지만, 이제는 변두리라는 누추하고 초라한 이미지는 사라져 버렸는지도 모른다. 지하철은 내가 내리는 역에서 나누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