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점차 낮아져 찻집 안의 모든 것을 더듬을 때 문득 하루가 가죠. 하오의 찻집에서 보는 풍경이나, 나누는 이야기들이 생활에서 반박자 정도 들떠 있는 탓에, 쓸데없이 그 곳으로 가게 됩니다.

느낌…

양상진(梁上塵)이라는 약재가 있다. 동의보감에 보면, 일설에는 평이하다고 하나 약간 성질이 차고, 독이 없으며, 주로 중악(中惡)이나 코피, 아기 살의 연한 부스럼에…

봄날은 간다

창신동 어디엔가 있을 계단 그림이다. 그림의 곳곳에 마치 먼지가 끼고 거미줄이 쳐지듯 낙서가 달려있다. 사람은 늘 뭔가를 배설해야 한다. 벽에…

책의 꿈

한참 꿈을 꾸다가 일어났을때, 거실에서 하얀 빛살이 안방 문틈으로 새어들어왔다. 나는 빛이 사라지기를 희망했다. 시간은 25시 10분 정도? 그 빛은…

소프라노의 노래

소프라노가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벅차도록 높은 음자리로 소리가 올라가자 가수는 소리의 반쯤을 덜어 자신의 속으로 씹어 삼켰다.…

가을이라는 것

어제는 맑았는데, 새벽에는 가을비가 내렸다. 빗소리에 어둠이 조금씩 씻겨가더니 아침이 왔다. 도로는 젖은 낙엽들로 물들어 있다. 가을은 젖고 떨어지고 밟히고…

귀천하셨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조화에 달린 글을 앞에 놓고 며칠동안 문상객을 맞이했다. 명복의 명(冥)은 어둡다는 뜻이다. 황천(레테의 강)을 건너면 명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