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책이나 갱지 위에 써 놓았던 이야기나 辭, 賦, 그런 것들. 오랫동안 읽지 않은 탓에 글자가 녹이 슬고 얼개는 들떠 도무지 문장이 되지 않은, 그래서 그림이 되버린 낱말들, 상형의 질감으로…

녹슨 시절 -18

친구의 누나를 좋아한다는 것은 참으로 허무하면서도 성숙으로 가는 여정에 놓여있는 하나의 소품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짝사랑이니까. 친구에게는 누나가 둘 있었다. 큰누나는…

녹슨 시절 -17

통속적인 세상에 살고 있고, 그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생각했음에도 나에게 여자란 늘 신비로웠다. 자신의 형이 밤이면 구루마를 끌고 도시의…

녹슨 시절 -16

도시에 사는 58년 개털들의 고등학교 시절은 동네의 봉순이와 덕팔이가 코 찔찔 아랫도리를 내놓고 물놀이 하다가 어느 날 뽕밭이나 방아간에서 얼레리…

녹슨 시절 -15

열 여섯의 나이로 사랑에 대하여 무엇을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나이를 더 먹는다고 사랑에 대하여 뚜렷하게 말할 수 있는 것도…

녹슨 시절 -14

우리는 58년이 어떠한 해였는지 모른다. 그것은 생애 최초의 기억보다 멀고, 누군가에게 들어도 알 수 없는 시점이었다. 그 해 겨울이 유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