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22 18:57 : 황홀한 밥그릇

12시 30분이 좀 지나서였을거야. 아파트의 틈 사이로 햇빛이 내려왔어. 빛은 차곡차곡 쌓인 도시의 미세먼지 사이로, 낙옆이 떨어지는 속도로 천천히 내려앉았어. 빌어먹을 미세먼지에 대해서 저주를 하면서도, 빛이 타락한 공기를 밀쳐내며 밝음을 펼치려는 정경이 아름다웠어. 멸망하고 난 뒤, 세상의 잔해를 뒤덮은 먼지 사이로도 빛은 그렇게 깃들겠지.

그 때 그런 생각이 들었던거야. 몸이라는 것, 그것 없이, 정신이라든가 넋만 홀로 있다면 어떨까? 신체라는 물리적 한계가 없는 넋과 정신이 아픔이라든가 아름다움과 더러움, 더 나아가 쾌락을 느낄 수 있을까? 느낀다면 물리적 한계가 없겠지. 결국 끝이 없는 고통과 쾌락이 되고 말 것이라는, 그런 허접한 형이(形而)적인 생각들 말이야. 하지만 영혼이나 정신과 같은 형이상적인 것에 대해서 생각할 수도 없지만, 사유를 통해서 느끼기란 더욱 어렵지. 안다고 해봤자, 결국 내 몸은 밥에 굴복하고 말 것이라는 정도지.

그러니까 영원같은 것보다, 밥이라는 구체의 것에 굴복하다보니 살(肉)을 통제하기 어렵게 되었어.

"살아야 하는 이유가 뭘까?", "이유같은 것은 없을꺼야. 이유가 있다면 자살을 한다거나 이런 고민같은 것 없이, 그 이유를 붙들고 살아가겠지."

그리고 며칠 만 더 이 지상에 남아 있게 되기를 바라는 날이 다가올 것이야.




2016/12/22 18:57에 필부...face
2016/12/22 18:57 2016/12/22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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