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후에 창 밖을 본다. 도시에 가득했던 갖가지 빛깔들이 침묵하고 있다. 대기 중에 섞여있는 오후의 낮은 빛 아래에서 도시는 바래고 있다. 이런 오후는 얼마나 조용한가?
이렇게 빛이 바래어 시간 속으로 사라지는 것들이란...
내린 눈(雪) 탓 만은 아닐 것이다.
2.
때론 삼십년전 혹은 사십년전의 그 시간이 구겨져 바로 어제이거나 한두시간 전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때 거리를 스치던 공기의 냄새마저 느껴진다.
왜 그토록 아름다웠던 젊음에 열광하지 않았으며, 그 찻집에 떠돌던 노래소리나 아카시아 향기를 맡으며 詩를 읽지 아니했던 것일까?
세상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았지만, 아무 것도 알지 못했던 그 시간들이 어리석었던 대신 그만 나는 여기까지 와 있는 것이 아닐까?
3.
오늘 나의 몸 어느 구석은 해야할 일을 미뤄놓고 하루 쯤을 유예하기로 했는지도 모른다.
20100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