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책이나 갱지 위에 써 놓았던 이야기나 辭, 賦, 그런 것들. 오랫동안 읽지 않은 탓에 글자가 녹이 슬고 얼개는 들떠 도무지 문장이 되지 않은, 그래서 그림이 되버린 낱말들, 상형의 질감으로…

할머니의 이름으로-07

할머니와 가까워 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저녁이면 자리끼를 마련해서 할머니의 머리맡에 놓아두었고, 할머니는 등교한 내 이불을 개어 놓으셨다.…